내용요약 비트코인 채굴원가 8000달러…채굴하면 할수록 ‘마이너스’
시장 떠나는 채굴자 속출…소수 대기업만 살아남을까
비트코인 시세가 채굴원가를 한참 웃돌면서 채굴을 통한 수익 창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사진=flickr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 채굴로 사실상 수익을 얻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원가는 8000달러(약 900만원) 수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원가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중소 채굴업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가운데 소수의 대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원가는 8000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 채굴 손익분기점으로 8600달러를, 미국 월가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 목표가를 제시하는 펀드스트랫은 8000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원가는 전기료를 기준으로 추산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낮은 전기요금은 킬로와트당 0.03달러로 주로 대규모 채굴업자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채굴에 대규모 PC를 동원해야하는 만큼 이를 가동할 전기료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채굴원가를 한참 밑돌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6495달러(약 730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채굴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미국의 중형 채굴업체인 비코즈(Bcause)의 톰 플랙 창업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소 9000달러에서 1만달러 선을 유지해야 채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엔비디아 “가상화폐 채굴, 더 이상 수익 기대 안 해”

시장 참여자들 역시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16일 그래픽카드 제조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채굴 붐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채굴 과정에는 높은 연산능력을 갖춘 컴퓨터가 동원된다. 그런데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반 PC의 연산능력으로는 대량 채굴이 어렵다. 이 과정에서 그래픽카드가 필요해진다.

과거 그래픽카드는 컴퓨터 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데 그쳤지만 최근 고사양 게임이 늘어나면서 이를 구동하기 위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그래픽카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채굴에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대거 탑재한 PC가 동원된다. 이들은 높은 연산능력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가상화폐를 채굴해낸다./사진=위키미디어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GPU는 일반 PC의 CPU(중앙처리장치) 능력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대부분 채굴업자들은 PC에 여러 대의 그래픽카드를 꽂은 채로 채굴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가상화폐 광풍이 불 당시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생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가상화폐 광풍에 힘입어 엔비디아, AMD 등 그래픽카드 업체들 역시 반사 이익을 얻었다. 지난해 초 100달러 수준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2017년 말 216달러까지 오르며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AMD 주가도 9.75달러에서 12.95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그는 “올해 가상화폐 관련 예상 수익이 100만달러였으나 실제 수익은 18만달러에 그쳤다”며 “과거 가상화폐 부문은 큰 의미가 있는 분야였지만 앞으로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채굴시장 ‘양극화’ 격화…대형 업체 ‘독식’ 우려 커져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가상화폐 채굴시장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판을 떠나는 중소형 채굴업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중국계 비트마인(Bitmain)과 가나안(Canaan), 비트퓨리(Bitfury) 등 소수의 대기업들은 오히려 시장 파이를 잠식하며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비트마인과 가나안은 최근 미국 투자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비트코인 채굴용 칩을 개발하기 위해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진행하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채굴 대행 업체인 제네시스 마이닝(Genesis Mining)의 마르코 스트렝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마인이나 비트퓨리와 같은 주요 업체들이 저비용 전기를 이용한 채굴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보다 빠른 칩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며 채굴 시장 점유율을 더 늘리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소형 채굴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낙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양극화에 소수의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수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경우 비트코인의 취약성으로 불리는 ‘51%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1%의 공격이란 비트코인 전체 채굴량의 50% 이상을 보유한 채굴자가 전체 네트워크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탈중앙화’를 위해 만들어둔 비트코인 시스템이 이를 충족하는 채굴자의 등장 시점에선 오히려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 디지털에셋리서치의 루카스 넛치 연구원은 “이미 소수의 대형 채굴업체들이 전체 채굴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보안의 관점에서 매우 위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의 업체가 50% 이상의 채굴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가상화폐 네트워크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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