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사업다각화 노력이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에 한창이다. 종전 건설공사 등 시공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건설사들의 사업다각화 노력은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 실패, 승자의 저주 등으로 인한 기업 부실 초래 등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위험도 공존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설사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호반건설이 있다. 건설업에서 딴 살림 차린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곁눈질이 독이 됐을지, 아니면 약이 됐을지 살펴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독이 된 성배를 든 HDC현대산업개발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품었다. 건설업 중심에서 호텔과 레저를 넘어 항공업으로 확장하면서 종합그룹으로 변신을 도모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업의 부황과 예상보다 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 등으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은 4월29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의 신·구주 주식취득일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거래완료 조건의 하나인 러시아 정부의 합병 허가가 안 났기 때문'이지만 업계에선 부담감을 느낀 HDC현대산업개발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5일 "아시아나 인수 의사가 있는지 27일까지 밝혀달라"고 최후통첩했다. 다만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다.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27일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표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음 달 6일 회사채 3년물과 5년물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에 나선다. 2018년 이후 1년 반만의 회사채 발행이다. 발행규모는 1500억~2000억 원 수준이며 발행일은 7월13일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이 든 성배가 아시아나항공인 셈이다.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아일랜드 리솜. 

◆득이 된 호반건설

호반건설은 건설, 레저, 유통, 금융업,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호반그룹의 호반프라퍼티㈜가 대아청과㈜를 인수해 농산물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대아청과는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로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경매와 수의계약을 통한 농산물 도매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 호반건설의 유통(부문) 등을 맡고 있는 호반프라퍼티는 2011년 판교에 스트리트형 쇼핑몰인 ‘아브뉴프랑’을 론칭해 건설업계 등의 주목을 받았다. 아브뉴프랑 판교점을 시작으로 2015년 아브뉴프랑 광교점, 2018년 아브뉴프랑 광명점을 성공적으로 론칭, 운영해 오고 있다.

호반건설은 호텔, 리조트 등 레저사업도 인수합병(M&A)를 통해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 6000억 원 규모의 리솜리조트를 인수한 후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사명을 바꿔 출범시켰다. 올해 초 덕평CC, 서서울CC를 인수해 현재 국내 7곳, 해외 1곳의 리조트,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인수한 제주 퍼시픽랜드는 공연장, F&B 요트 투어 등 마리나 시설을 운영 중이다. 호반그룹은 중문 해수욕장과 직접 연결되는 약 5만여㎡ 부지에 호텔 등의 숙박 시설과 복합 휴양 문화시설도 건립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충북 태안군 안면 리솜리조트 개관을 앞두고 있다. 

구설이 시달렸던 미디어 사업도 안정궤도에 올랐다. 2011년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하며 미디어 분야에 진출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6월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에 반발했고, 호반건설 역시 서울신문 경영진과 우리사주조합 등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서울신문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양해각서' 체결로 갈등요소도 잠재웠다. 다양한 사업 분야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호반건설의 곁눈질은 실보다 득이 더 많은 남는 장사로 귀결되어 가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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