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론계곡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커플 모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너른 바위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갈은(갈론)마을에 있는 갈론구곡은 딱 그런 곳이다. 빼어난 자연 경관과 고즈넉한 멋을 간직한 갈론구곡은 나 혼자만 꺼내 보고 싶은 최고의 힐링 명소다. 이 곳은 한국관광공사 충북세종지사가 강력하게 추천한 강소형잠잠재관광지이기도 하다.
 
'갈은(葛隱)'은 '칡넝쿨 우거진 산속에서 숨어 산다' 또는 '칡뿌리를 먹으며 은둔한다'는 의미다.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이 '갈은'인 셈이다. 갈론구곡은 갈천정, 강선대, 칠학동천, 선국암 등 신선과 관련된 곡명이 많다. 신선이 내려와 노릴 만큼 맑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계곡이다. 갈론구곡은 1곡 장암석실(場石室), 2곡 갈천정(葛天亭), 3곡 강선대(降僊臺), 4곡 옥류벽(玉溜壁), 5곡 금병(錦屛), 6곡 구암(龜), 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8곡 칠학동천(七鶴洞天), 9곡 선국암(仙局)으로 구성돼 있다.

갈론구곡의 시작은 갈은동문(葛隱洞門)에서 시작한다. 갈은마을에서 계곡 옆 길을 따라 1km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길고 높은 바위절벽이 나온다. 절벽 위에 우뚝 선 바위에 '갈은동문'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동문(洞門)'은 신선이 살 정도로 운치 있는 계곡인 '동천(洞天)'으로 향하는 문을 뜻한다. 갈은동문은 갈론구곡이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의미다. 갈은동문을 시작으로 9개의 굽이를 설정해 각 굽이마다 바위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바위에 한시도 남겼다.
 
1곡 장암석실은 갈은동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 숲 속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다. 이 바위에 작은 석실이 있어 정한 이름이다. 암벽 가운데 '장암석실'이 새겨져 있다.
 
2곡 갈천정은 장암석실 맞은편 계곡 건너편에 있는 큰 바위다. 바위 위에 '갈천정'이라는 글이 있다. 갈천정 바로 아래 '전덕호(全德浩)'라는 이름과 한시가 있다. 전덕호(1844~1922)는 괴산읍 대덕리에서 태어나 중추원 의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갈천(葛天)'은 중국 상고시대 성군으로 꼽히는 '갈천씨(葛天氏)'를 말한다.

3곡은 신선이 내려와 놀던 강선대다. 갈천정에서 조금 올라가면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데, 왼쪽 물길 쪽을 보면 3층으로 쌓인 커다란 암벽이 보인다. 그 주변 물굽이 강선대다. 바위 절벽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 벽에 '강선대'가 새겨져 있다.
 
강선대 쪽이 아닌 다른 계곡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4곡 옥류벽이 나온다. 옥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벽이라는 뜻이다. 절벽 위쪽에 '옥류벽'이 새겨져 있고 그 옆에 구곡시가 각인돼 있다. 5곡은 비단같은 병풍바위라는 의미의 '금병'이다.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이 반사돼 햇볕이 닿으면 비단처럼 보인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다. 바위 벽에 '금병'이 새겨져 있고, 그 왼쪽에 세로로 길게 시가 남겨져 있다.
 
6곡 거북바위 '구암'은 금병에서 50m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암벽에 '구암'이라는 전서와 시구가 남아있다. 7곡 '고송유수재'는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곡이 흐르는 곳이다. 한쪽 바위벽에 '고송유수재' '갈은동' 글자가 음각돼 있다. 오른쪽 벽에는 소설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이자 이조참관을 지낸 홍승목과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 이조참의 이원극 등의 이름이 새겨졌다. 맞은편에는 정자터가 남아 있다.
 
8곡 '칠학동천'은 7곡 바로 위에 자리한다. 일곱 마리 학이 살았다는 곳으로 흰 사각 바위에 '칠학동천'이 새겨져 있다. 마지막 9곡 '건국암'은 칠학동천 바로 위 평평하고 커다란 바위다.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라는 선국암 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사노동경'이라는 글자가 한 자씩 보인다. 바위 옆에는 '선국암'이라는 글씨와 구곡시 그리고 네 사람의 이름(전덕호, 경인국, 홍승섭, 이건익)이 올려져 있다.

괴산(충북)=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