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이옛길을 걷고 있는 한 남성의 뒷모습.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찍지 마! 초상권 침해야."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을 취재하던 중 노년의 남성이 소리쳤다. 그는 초상권 침해를 외치며 사진 삭제를 주장했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기자라는 직업적 특징을 걷어내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이 된 지금, 초상권 침해 논란은 관광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됐다.

크고 작든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초상권 침해 소지가 발생한다. 초상권은 뭘까. 사실 헌법에 초상권이라는 단어는 없다. 다만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가진다"고 돼 있다. 당사자가 사진 찍히는 것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된 셈이다. 동의 없이 사진을 찍는다면 행복추구권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현실은 다르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SNS에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쏟아진다. 모두가 사진 촬영에 동의했을까. 100%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 그냥 찍은 경우다.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떻게 구분할까. 우리 법원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사진을 촬영해 보도한 사건 등에선 초상권 침해를 부정한다'고. 또 '공인과 공적인 인물이 공공장소에서 공적인 활동을 할 때도 초상권 침해 우려는 없다고 정하고 있다.

산막이옛길을 걷고 있는 무리.

공익을 목적으로 한 보도 사진이 아니라면 어떨까. 가령 자동차 안, 식당, 백화점과 같은 실내의 사적인 공간에서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은 초상권 침해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파파라치를 피해 주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스펜서를 꼽을 수 있다. 모두 9명의 사진가가 기소됐고, 10년 동안 재판이 진행됐다. 결과는 자동차 안에 있는 다이애나를 찍은 2명의 사진가만 '사생활 침해'로 벌금형을 받았다. 호텔을 나와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다이애나를 찍은 사진에 대해선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찍으면 안 되는 사진은 어떤 게 있을까. 2006년 사진가 A 씨는 여성의 얼굴 정면을 몰래 촬영한 뒤 한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은 사이트 관리자와 사진가 A 씨에게도 사본과 원본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진은 20여 일 동안 삭제되지 않았고, 법원은 A 씨와 사이트 관리자에게 각각 250만 원과 200만 원을 초상권 침해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2011년 한 방송은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을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한 뒤  방송했다. 여성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보도 내용을 삭제한다는 조건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2010년 한 신문은 겨울 스케치로 길거리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을 촬영해 보도했다. 얼굴이 드러난 한 명이 "신문 보도에 동의한 적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중위는 신문사에 50만 원을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사진에서 단 두 명만 클로즈업 됐고, '두꺼운 목도리와 점퍼로 중무장하고 잔뜩 움츠린 채'라고 설명한 것이 조정에 영향을 줬다.

괴산(충북)=박대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