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반도체·전장·통신장비·AI 사업, 韓 뉴딜과 맞닿아
재계 "정부, 기업 위해 규제 완화 고려해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대미문의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이에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란 카드를 지난달 14일 꺼냈다. 골자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기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해 일자리 19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삼성전자를 가장 중요한 열쇠로 꼽는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인 반도체와 통신장비, 전장, 인공지능(AI) 등이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디지털 뉴딜' 4대 분야인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SOC(사회간접자본) 등이 디지털화의 초석이자 핵심은 '5G'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5G 통신 장비에 대한 투자가 멈췄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캐나다 비디오트론, 올해 2월 미국 US셀룰러, 3월 뉴질랜드 스파크와의 5G 공급 계약에 이어 지난 6월 캐나다 텔러스에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텔러스와 스파크(뉴질랜드)는 당초 화웨이의 고객사였다.

더욱 긍정적인 대목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최근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8.5%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4위 수준으로 1위는 화웨이(28.5%), 2위 에릭슨(26.5%), 3위 노키아(22.0%) 순이다.

트렌드포스가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승을 높게 전망한 까닭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수혜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지정학적 충돌(미중 무역분쟁)로 5G 통신장비 세계 4위인 삼성에 시장 진출을 확대할 커다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델오로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13%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까지 관련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디지털 뉴딜'에 앞장서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25조원을 투자해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도 통신사들의 투자확대 노력에 화답하기 위해 투자 세액공제 및 기지국 등록면허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 지원하기로 해 삼성전자 입장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관심 '전장', 미래 모빌리티 핵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지난달 21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해 '신(新) K-배터리 동맹'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 분야에는 모빌리티도 포함돼 있는데,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 만큼 애정을 쏟는 전장은 AI와 자율주행 그리고 5G 등이 결합돼 있어 미래 자동차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삼성전자의 선제적 투자 전략도 눈길을 끈다. 회사는 지난 2018년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을 꼽았다.

또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부문에서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지난 2월부터 가동에 나선 화성 EUV 전용 라인에서 내년에 5나노 공정 기반의 자동차용 파운드리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자동차용 반도체에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28나노 공정 기반의 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와 14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향후에는 8나노미터 공정으로 이를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과 SSD 제품 '860PRO'와 '860EVO'. /삼성전자 제공

친환경 메모리, 연간 전력 소비 7TWh 줄여…'저탄소 경제' 발맞춤

삼성전자는 '그린뉴딜' 과제인 저탄소 경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메모리 기술 비전도 공개했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자사 뉴스룸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올해 생산되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저전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해 연간 3TWh를 줄이고, 서버용 D램도 DDR4 대신 최신 DDR5로 교체해 1TWh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소비전력을 줄이면 발열량 자체도 줄어 이를 식히기 위한 전기에너지 3TWh까지 절감, 연간 총 7TWh 만큼의 전력량을 아낄 수 있는데 이는 노후 화력발전소 2.5기가 생산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대규모로 구축해 놓은 시설로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데이터 사용이 증가하면서 매년 서버 수도 증가하고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저전력 메모리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최 부사장 진단이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데이터가 저장되는 부품은 HDD로, 가격이 저렴한 대신 속도가 느리고 발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엔 성능이 더 뛰어나고 소비전력과 발열이 낮은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를 많이 탑재하는 추세다.

최 부사장은 "수십년 간 세계 메모리시장 리더 자리를 지켜 온 삼성전자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40나노급 2Gb DDR3 D램을 앞세워 '그린 메모리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홍성수 서울대 미래융합기술최고위과정 주임교수(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규모를 키운다면 관련 기업들도 수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교수는 정부와 기업 간 영점조절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로 목표가 다르면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다"며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둔 것 같은데, 이 부분만 강조되면 자칫 기업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산업이 활성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핵심 산업을 정부가 쌈짓돈을 풀어 육성한다는 건 매우 환영할 일"이라며 "관련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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