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다. ‘한국인이 영혼 없이 건네는 말 순위’ 이 제목 하나가 우습게도 내 지난 ‘영혼’을 돌아보게 했다.

호기심에 글을 눌러보니 상위권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밥 한번 먹자”였다. 가벼운 인사치레 중 하나로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진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가벼운 인사치레로 “밥 한번 먹자” 만큼 좋은 말은 없었다. 밥심으로 사는 ‘밥의 민족’다운 문구이자 부담 없이 건넬 수 있는 최적의 말이었다.

그런데 이젠 정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연락을 해 마주 앉았을 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인들 만나기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기약 없는 약속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식매장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카페나 음식점을 가는 발걸음도 주춤하게 된다. 스타벅스, 롯데리아, 할리스커피 일부 매장은 확진 환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해 문을 닫았다.

파주 스타벅스 야당점 관련 확진자는 18일 오후 3시 기준 현재 모두 50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국내 최대 매장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벅스 더양평DTR점 역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파악돼 12일 임시 폐쇄됐다.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롯데리아 점장 모임과 관련해서도 확진자가 나오며 관련 매장이 영업을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방역과 예방에 한창이다. 스타벅스는 진행 예정이었던 '스타벅스 버디 캠페인'을 다음 달 1일로 연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에 맞춰 이날부터 서울과 경기 모든 매장의 좌석을 30% 이상 축소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 이외 커피전문점, 음식점 등도 마찬가지다.

불특정 다수가 아침, 점심 등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외식매장의 특성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일 카페 및 음식점에서 지켜야 할 생활방역수칙을 발표했다. 먹거나 마시는 시간 이외에는 마스크를 착용, 음식을 섭취하며 대화를 자제하고 휴대전화 통화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에도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스타벅스 파주 야당역점의 확진자 대부분은 2층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환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간에 장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출될 경우 2m 이상의 비말전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직원이 고객의 마스크 착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매장 관리자와 고객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방역지침과 테이크아웃 강화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연한 건 없었다. 이 불가항력의 시간 속에서 내가 누리던 모든 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다시금 밥 한번 먹자는 말의 의미를 돌아보게 됐다. 비록 영혼 없는 말이든, 인사치레든 이제 맘 편히 “밥 한번 먹자” 건넬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강한빛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