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21일부터 허위매물 단속·처벌 강화… 매물 눈에 띄게 감소
집주인들 "가격 하락 유도 요소 사라져 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좋아"
전문가 "시장 영향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 투명화 차원에서 사라져야"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정부가 이른바 ‘미끼’로 불리는 부동산 허위매물을 뿌리뽑기 위해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이 거짓 정보에 속지 않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이지만 매도자 입장인 집주인들도 이를 반기는 모양새다. 이들은 오히려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허위매물 단속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24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매매·전세·월세 합산 매물은 7만2217건으로 지난 20일 10만873건에서 5일 만에 약 30%가 감소했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중개대상물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을 2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개대상물이 존재하지 않아 실제로 거래를 할 수 없거나 중개 대상이 될 수 없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광고를 올릴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속칭 ‘허위매물’이다.

한 달간 계도기간이 주어진 가운데 부동산들은 일찌감치 자진철거에 나섰다. 그러면서 매물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 19일 1568건의 매물이 등록돼있었으나 24일 기준 140건으로 무려 91.1%가 사라졌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약 90%에 육박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정책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자 그간 허위매물에 속아 원하지 않는 물건을 계약하는 등 피해를 입었던 소비자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웃는 건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시장에서 매도자 입장인 집주인들도 현재 상황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허위매물 단속이 강화된 이후 매물이 사라지면서 기본 가격이 최근 실거래 신고가 수준에 맞춰졌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요소가 제거돼서 좋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들 또한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좋은 제도다”, “허위매물이 없어지니 다주택자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허위매물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집주인들이 의기양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거래 성사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가격이 높을 경우 매수자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한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매도자가 호가를 낮춰 등록하게끔 유도했다. 그러나 허위매물이 사라질 경우 실제 매물의 시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매물을 등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호가가 뛰고 당초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집값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허위매물이 사라져 전체 매물 수가 감소하면서 매수 혹은 매수 대기자들이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으로 구매에 나서는 이른바 ‘패닉바잉’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매물 단속 강화 효과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쪽이 아닌 양쪽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허위매물은 미끼라고 해서 거래 가격을 낮추고 손님을 유인하는 역할을 했다”며 “매도인이나 임대인들은 허위매물이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게 사라질 경우 집값이 오를 거라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허위매물이 가격 상승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미끼일 수도 있고 매도인 입장에선 가격을 부풀리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통해 실거래가 위주로 매물들이 재편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속을 강화함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투명화하고 거래 질서 문란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 또한 “허위매물 단속 강화 행위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시장이 매도자 우위냐, 매수자 우위냐에 따라 다른 부분”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정제된 매물을 보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차원에선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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