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감독당국 지위 악용한 관치금융" Vs "소비자보호 차원…관치금융 어불성설"
윤석헌 금감원장이 라임펀드 판매사에 100% 책임을 묻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조정안인 '100% 배상'을 수락해야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감독 책임을 회피하고 판매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4개 금융사는 27일 이사회를 개최해 금감원이 제시한 '투자원금 전액 반환'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 100% 반환 결정을 내렸다.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라는 결정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요청으로 이달 27일로 답변기한을 연기하면서 "추가 답변시한 연장은 없다"고 못박았다. 또 윤석헌 원장은 25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수락,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번 판매사를 상대로 전액 배상 조정안 수용을 독려했다. 

"사실상, 권고 아닌 압박·통보…100% 책임은 과도해"

라임펀드 판매사 모두 "27일 이사회를 통해 입장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분쟁 조정안을 수락하라"는 윤 원장의 발언은 "권고가 아닌 '압박'이자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조위 조정결과는 사적인 화해이지 법적인 절차가 아니다"라며 "화해를 일방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지위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사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윤 원장이 분조위 조정결정 수락여부를 각종 평가에 반영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판매사로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용사를 제외하고 100%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할뿐더러 자칫 배임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판매사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이유이다. 

라임펀드 판매사는 27일 이사회를 통해 금감원이 제시한 '투자원금 전액 반환'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윤석헌 원장, 평소 지론과 상반된 관치금융 행보"

학계에서는 라임 사태와 관련, 판매사에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윤 원장의 행보를 두고 '관치금융'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분명 옳다고 본다"면서도 "판매사도 책임이 있지만, 법원이 아닌 금감원에서 배상 비율을 확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치금융은 안된다'는 것아 윤 원장의 지론으로 알고 있는데, 판매사에 100% 책임 배상을 하라는 것은 본인 소신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감원 역시 분명 책임소재가 있다고 본다"며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조정안을 모두 수락할 경우, 이는 금융권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준석 카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부 정책, 정치적 이유로 관치금융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민간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포퓰리즘(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을 거론하며 금융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는 투명하고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압박·관치 No…소비자 보호 측면 발언"

금감원은 이런 비판에 대해 "윤 원장의 발언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나온 결과이며 관치금융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의 조정안은 사고에 의한 계약 취소로 피해를 원상복구해주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판매사가 취한 이득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판매사는 운용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어 어느정도 금액에 대해서는 회수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들리는 금융사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책임 관계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 회피에 대한 일부 견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치금융'에 대해서는 "판매사에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면서 "강압적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라임사태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책임공방을 펼쳐지는 가운데,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더는 없어야 한다며 법적 분쟁보다 판매사와 소비자 간의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매사도 제2의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며 "판매사가 금감원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자는 구제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에서 규제가 강해진 만큼 나쁜 선례가 남지 않도록 판매사, 금융당국 모두 피해자 구제에 앞장서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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