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법리스크 이후 실종된 M&A, 삼성 미래전략도 차질 빚을 듯
지난 3년 동안 시설 및 R&D에 110조 투자단행... 신규채용도 4만명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함에 따라 삼성에 대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오던 검찰이 1년 9개월 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에 대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등 향후 미래전략에 있어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전날 검찰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을 기소하자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밝혀 나가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당장 검찰이 기소함에 따라 법정공방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최대한 검찰의 기소가 불합리한지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지난 1일 검찰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수사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분식회계의 배경에 해당하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봤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외부 자문사, 주주·투자자, 관련 전문가 등 약 300명에 대해 860회의 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단은 구속전 피의자심문 뿐만 아니라,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 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법률 전문가와 일반인 등으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수사팀과 변호인의 주장과 증거를 살펴본 현안위원들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이 이를 뒤집은 점도 논쟁의 여지로 남았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불확실성 확대되는 상황에서 경영 현안 우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3년 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7년 2월 구속 기소된 이후 항소심을 통해 집행유예를 받아 353일만에 석방됐지만, 현재 대법원의 상고심 결정에 따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별도로 이번 검찰의 기소로 그룹 오너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현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소 3~4년은 법정공방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 속에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이 지루한 법정공방을 이어가게 되면서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당분간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주도해온 ‘반도체 비전 2030’과 같은 미래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두 개의 재판을 병행하게 되면 향후 재판 일정으로 인해 해외 출국 등의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나 주요 의사 결정은 오너의 판단이 중요한데, 오너의 부재는 향후 미래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역대 최대인 9조원을 들여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사법리스크로 인해 수조원 단위의 대형 M&A가 중단된 상태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10조원을 투자했고, 신규 채용 규모도 지난해까지 약 4만명에 달하는 등 투자계획은 차질없이 지켜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오너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라며 “오너가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게 되면 투자에 있어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국내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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