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10일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는 고(故) 설리의 삶을 다각도로 비춘다는 의도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의도와 달리 또 다른 악플을 생성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설리의 전 남자친구인 최자와 설리의 어머니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자 제작진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논란을 양산한 시점에서 이는 뒤늦은 대응이라는 질책을 받고 있다.

■ “열애설 나기 전까지는 행복했다”..편향된 인터뷰

소위 ‘설리 다큐’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설리의 어머니 김 모 씨가 나와 딸을 추억하는 방식의 인터뷰가 주요 내용으로 전파를 탔다.

설리 어머니는 설리와 최자의 열애설을 언급하며 “열애설 나기 전까지는 온 가족이 다 행복했다”라고 했다. 성인이 된 설리는 14살 연상인 최자와 2013년부터 제기된 몇 차례 부인하다 2014년 세 번째 열애설 만에 인정했다. 당시 설리는 최자와의 나이 차이와 그의 예명으로 인해 모욕적인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설리 어머니는 “나이 차가 많은 남자친구가 나타난 것은 갑자기 계단을 너무 많이 상승한거다. 노는 문화, 술 문화, 대화의 패턴 등 모든 게 달라진다. 중간 과정이 없다”며 “자기가 만난 남자친구를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많이 서운해했다. 화도 많이 냈다”라고 갈등을 돌이켰다.

배경음악으로는 다이나믹듀오의 ‘죽일놈’이 삽입됐다. 연인과의 갈등과 마찰로 지친 남자의 독백같은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노래와 함께 설리가 외로워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나왔고 2016년 11월 설리가 자해했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들은 2017년 3월 결별했다. 마치 설리가 힘들어하고 무너져 내린 이유는 최자라고 짐작할 수 있게끔 편파적인 내용이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던 가정이 최자와 열애로 인해 불행해졌다는 듯한 인터뷰 내용과 화면 구성은 곧 최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 이후 최자의 SNS에는 설리와 관련된 악플이 넘쳐났고 개코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큐플렉스’의 기사를 캡처하며 “최고의 시청률이 제작 의도였다면 굉장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라고 분노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모현 PD는 최자가 악플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가장 우려한 반응이었고 조심하면서 만들었다. 그분 역시 비난 받을 일이 없다”며 “연인 사이의 헤어짐이 누구의 잘못이겠나.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마음이 아프다. 최자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설리) 엄마는 ‘딸이 혼자 외롭게 살다가 최자와 연애하면서 행복해했다. 딸에게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최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며 “프로그램 분량 상 해당 부분이 편집된 것뿐”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더 증폭시켰다.

■ 설리 지인 주장 네티즌까지..논란만 남긴 ‘다큐플렉스’

비단 최자 뿐 아니라 설리의 어머니까지 네티즌들의 질타 대상이 됐다. 1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설리 친구가 방금 인스타에 올린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게시물을 쓴 네티즌은 자신에 대해 ‘진리를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봐왔다’라고 소개하며 설리의 어머니를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당신께서는 아직까지도 그렇게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참 놀랍고 씁쓸하고 슬프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하시던 일은 언제부터 그만두셨느냐. 당신께서는 진리가 벌어오는 목돈을 단순 생활비 이외의 곳에 사용하며 편하게 지냈고, 그랬기에 진리가 돈 관리를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화가 나서 연을 끊었던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결국 ‘설리 다큐’는 설리의 삶을 다각도로 비춘다는 의도와 달리 편향된 인터뷰와 구성으로 인해 또 다른 악플들을 생성하는 데 그쳤다. 비난의 화살은 최자와 설리의 어머니가 아닌 다양하고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못한 제작진이 받아야 할 것이다. 한 인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답지 않게 자극적이고 편향된 구성에 그쳤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다큐플렉스’는 수습도 되지 않는 ‘논란’만을 또 양산한 셈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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