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이미림. /LPGA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1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4라운드에서 보여준 이미림(30)의 칩인 샷들은 골프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퍼포먼스였다. 이날 이미림은 6번홀과 16번홀(이상 파4)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칩인 이글을 낚으며 극적으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앞선 2개 홀에선 58도 웨지, 마지막 홀에선 54도 웨지를 사용했다. 그는 이후 연장 첫 번째 홀 버디로 LPGA 투어 4승째를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한희원(42)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이미림의 4라운드 18번홀 칩인 이글을 두고 “공을 떨어뜨릴 때 내리막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넘겨서 떨어뜨리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며 “핀을 맞고 공이 빨려 들어갔는데 핀을 맞지 않았더라면 조금 지나갈 수 있는 칩샷이었다”고 분석했다.

10m 이상 거리 칩인 샷 상황도 상황이지만, 하루에 3차례를 성공한 부분이 더욱 놀랍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희원 위원은 “(하루에) 칩인 버디 2회에, 칩인 이글 1회까지 총 3차례를 기록했다”며 몇 차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인 김진형(35)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1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칩인 샷을 하루에 3차례 기록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불가능에 가까워 하늘이 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라고 운을 뗐다.

김진형 원장은 “이미림은 마지막 홀 칩샷을 할 때 스핀을 살짝 주려고 끊어서 친 것 같다. 칩샷 감각이 좋았다. 칩샷을 할 때는 어느 지점에 공을 떨어뜨릴까, 즉 ‘랜딩(Landing)’에 대한 개념이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어프로치가 안 된다. 공이 굴러가고 휘는 퍼트와는 조금 다르다. 이미림의 경우 랜딩 포인트가 정확했다”고 짚었다. 이어 “상황이 쇼트 게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마지막 라운드 때 샷이 다소 흔들리는 편이었다. 그 상황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해 칩샷을 성공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미림. /LPGA 공식 인스타그램

당사자인 이미림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회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하루에 세 번 칩인 샷을 기록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두 번은 있었는데 세 번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평소처럼 플레이한 것이 우승의 요인이었다. 대회 기간 중 가장 경기가 안 풀린 날이었는데 행운이 따른 것 같다.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18번홀 이글 상황과 관련해선 "사실 17번홀(파3)에서 보기가 나와 다소 실망했다. 18번홀에선 우선 버디를 하자는 마음이었다"라며 "그런데 칩샷이 그대로 이글이 되면서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평소엔 그렇지 않은데 오늘은 칩샷이 가장 잘 됐다”고 돌아봤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칩샷을 할 때 헤드 페이스 방향과 관련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진형 원장은 “헤드 페이스가 하늘을 향해 공을 치고 나서도 타깃 방향으로 클럽이 닫히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방향 등이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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