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진 법무법인 방향 대표 변호사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형사사건을 맡은 경우, 검찰청에서 피의자의 수사기록은 특별한 제한 없이 열람·등사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는 수사기록에 피의자 아닌 사람(고소인, 참고인 등)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 등사 과정에서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직원의 검토를 맡고 나서야 검찰청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다.

또 과거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 수준이 높아져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다. 심지어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한다. 실제 2010년 이후 개인정보의 보호·유출이 쟁점이 된 분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기업과 개인의 상담도 늘고 있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의 물결에 따라 2020년 2월 개인정보보호법을 포함한 이른바 데이터3법이 개정돼 지난 8월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특징은 ‘가명정보’를 개인정보의 범위에 포섭하고 이에 대한 특례(제28조의2 내지 7)를 신설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를 이용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지를 담고 있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한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가명처리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는 등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1호의2).

개인정보처리자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해도 개인정보 수집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익명으로,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가명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제3조 제7항). 이 때 익명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제58조의2).

가명정보의 특례로 인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없이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제28조의2),

가명정보를 파기해야 할 의무도 없는데 반해 개인정보 주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와 달리,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가명정보의 열람·정정·삭제를 요구할 수 없다(제28조의7).

특히 특례 중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과학적 연구’의 범위와 ‘가명정보의 결합’이다. 법에서는 과학적 연구에 ‘민간 투자 연구’를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제2조 제8호) 이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개인정보가 기업 내부적인 상업적 연구에까지 이용될 수 있고, 기업 간 가명정보를 판매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명정보의 잘못된 이용에 대해서는 벌칙 규정에 따라 제재를 가하고, 가명정보의 결합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기관이 수행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부작용이 발생할 지는 미지수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살펴보면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법령 시행 당시보다 더 유연하게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조치의무 등 관리 방법에 대한 기준과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주체인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관련 분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잘못 관리하는 경우, 기업의 이미지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적절한 기술적 조치를 통해 안전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해야 하고, 특히 민감한 개인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유출되지 않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분쟁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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