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하지원이 가족 영화 ‘담보’(9월 29일 개봉)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서 어른 승이 역을 맡아 가슴 찡한 연기를 펼쳤다. 비록 극의 비중은 적지만 하지원은 개의치 않았다.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사실 이렇게 오래된 줄 몰랐다. 관객을 만날 때는 늘 설레고 떨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낀 감정 그대로 영화가 잘 나왔다.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윤제균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담보’라는 작품이 있는데 어른 승이 역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의 처음과 끝 부분을 무게감 있게 열어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분량은 이 정도라고 말했다. 감독님한테 분량 이야기를 미리 듣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관객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내가 느낀 느낌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했다. 그래서 참여하게 됐다.”

-어린 승이 역 박소이와 함께 2인 1역을 소화했다. 승이의 감정을 공감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린 승이의 연기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때 겪은 그런 일들이 사실 엄청난 일들이잖나.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두석이 승이를 구해주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줬나. 그런 게 다 느껴졌다. 사채업자를 떠나 따뜻한 사람들이지 않나. 평범한 가정은 아니지만, 특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승이가 더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을 거다. 아직 어리지만, 아빠보다 더 아빠를 감싸주고 이미 어른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 그렇게 자란 승이가 사랑스러웠다. 특히 박소이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나와 비슷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현장에서 엄마를 찾지 않고 즐긴다.”

-사채업자들과 9살 아이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런 관계가 재미있었다. 이것도 영화로 풀 수 있다는 게 신선했던 것 같다. 늘 봐 온 관계가 아닌 정말 말도 안 되는 관계인 사람들이 가족이 된다는 게 판타지 같을 수 있겠지만 그게 바로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이지 않을까.”

-‘담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나.

“내가 살면서 가장 크게 의지할 수 있고 지켜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담보’를 통해 가족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 어떤 조건 없이 날 위해서 싸울 수 있고 보호해주는 존재가 가족인 것 같다.”

-‘국민아빠’로 불리는 성동일의 ‘개딸’된 소감은.

“성동일 선배랑 연기를 너무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딸로 호흡을 맞추면서 성동일 선배가 정말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진짜 아빠로 느껴질만큼 연기를 흡수하는 힘을 갖고 있다. 존재감만으로도 내가 딸이 될 수 있던 분이라 너무 좋았다.”

-‘담보’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1990년대를 추억하자면 어떤 일이 있었나.

“승이처럼 나 역시 어렸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었다. 삐삐도 있어서 교복에 꽂고 다녔다. (웃음) 엄마가 서태지와 아이들 CD나 엽서를 다 사다줬다. 엄마는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없었다. 나 역시 진짜 말 잘 듣는 딸이었다.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일탈도 하지 않았다.”

-차기작으로 가족 누아르 ‘비광’을 선택했다. 작품 선정이 더 다양해진 것 같은데.

“‘비광’은 내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재미있게 잘 하고 싶다. 이지원 감독님과 처음 만나는데 여성 감독님과의 작업도 처음이다. 이지원 감독의 전작인 ‘미쓰백’도 너무 잘 봤다. ‘담보’라는 작품을 선택한 것도 내 안의 공기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연기해 보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내가 악역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악역이나 사이코패스 역도 해보고 싶다.”

-데뷔 24년차 배우임에도 뛰어난 자기 관리로 화제가 됐다. 여전히 대중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데.

“사실 육체적인 관리는 잘 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무릎을 다쳐서 운동을 못하고 스트레칭만 하고 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많이 웃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오히려 더 예민하고 까칠하고 그랬던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 힘든 시기에 오히려 터득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지금 이 순간 에너지를 다 쓴다. 힘을 남겨두지 않는다. 그게 나의 원동력인 것 같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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