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엔지니어 한계 넘지 못하고 실적부진 시달려
KT 출신 CEO, 금융환경 고객 니즈 파악해야
이동면 BC카드 사장이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BC카드 제공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이동면 BC카드 사장이 오는 12월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다른 경쟁사와 달리 홀로 실적부진을 겪으며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KT 융합기술원 원장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지못하고, 카드시장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1991년 KT에 입사 ▲1995년 KT 기획조정실 ▲2005년 KT BcN본부장 ▲2010년 KT 기업FI본부장 ▲2014년 KT 융합기술원 원장 ▲2018년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을 거쳐 올해 3월부터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모회사 KT를 대신해 케이뱅크 주주를 교체하는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당초 KT가 될 예정이었으나, 3월5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인뱅법)이 제 20대 국회에서 부결되며 BC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를 추진한 것이다.

인뱅법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KT로 대주주 변경 절차를 마친 뒤 5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자본금을 1조원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BC카드는 4월17일 KT의 케이뱅크 주식 전량(약 2231만주)을 363억원에 취득, 지분 10%를 확보했다.

인뱅법은 지난 3월 본회의에서 부결된지 56일만인 4월29일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BC카드가 7월2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케이뱅크 주식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최대주주가 됐다.

시장은 ▲BC카드의 후불결제 서비스 ▲케이뱅크의 중금리 대출 업무역량 ▲KT의 금융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과 각사의 고객데이터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이 이끄는 BC카드 최고의 강점은 전국 310만개의 가맹점과 약 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후불결제 플랫폼 '페이북'이다. BC카드는 6월1일 페이북의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전국 4만5000개 편의점에 적용했다. 지난 3월부터는 페이북을 통해 금을 매매할 수 있는 'KRX금 간편투자 서비스'가 도입됐다.

특히 이 사장의 핵심 역량은 KT에서 장기간 경험한 데이터 활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동면 BC카드 사장은 3월 취임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비용 효율성, 신뢰를 바탕으로 프로세싱 분야에서 1위가 돼야 한다"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은 스마트(Smart) BC로 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경영 전략 영향으로 BC카드는 빅데이터 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BC카드는 지난달 25일 '금융 빅데이터 챌린지'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 주제는 소비 데이터를 활용한 상권과 산업 분야의 성장성을 예측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 랩은 금융 정보기술 분야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분석 ▲시장 분석 ▲가설 검증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정 등을 지원해 초기 창업 기업, 성장 기업 상품의 시장 적합성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BC카드는 지난해 12월 서울 을지로에 '서울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랩'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BC카드는 8월19일 KT, 우리금융그룹과 함께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BC카드는 우리금융그룹의 결제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공유와 공동마케팅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6월에는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신용등급을 측정하고 부여할 수 있는 신용평가 서비스 '비즈 크래딧(Biz Credit)'을 출시하는 등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본업인 여신사업 성적표는 적신호다. BC카드의 상반기 공시를 살펴보면, 연결반기순이익으로 5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786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248억원(31.55%) 감소한 성적이다.

이동면 사장이 이끄는 BC카드가 홀로 실적을 역행했다./BC카드 상반기 공시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제 전반이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정원재 사장이 이끄는 우리카드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797억원을 기록하고, 장경훈 사장이 이끄는 하나카드가 65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9%, 206.64% 상승한 것과 극명한 차이다.

BC카드의 상반기 영업수익은 1조6577억원으로 1조7465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888억원(5.08%)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684억원으로 858억원을 기록한 작년 동기 대비 174억원(20.27%) 감소했다.

BC카드의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지난해 9월 을지로 을지트윈타워 사옥 이전, 올해 1월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등 내부요인에 의한 지출이 발생한 것도 실적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BC카드는 타 카드사와 달리 대출사업 등을 하지 않고 카드결제 승인중계, 카드매출전표 매입전산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시장 경험이 풍부하지만, 이 사장은 통신사(KT) 출신이기 때문에 카드시장의 수요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해 부진한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면 사장이 올해 3월 취임해 아직 BC카드만의 색깔을 보여주진 못했다"면서도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니즈(Needs)를 파악해 시장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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