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안방극장에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좀비나 구미호 같은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거나 사람이지만 시간여행을 하고 젤리의 존재를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낯선 소재를 현실에 녹여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SBS '앨리스'./SBS

■ 시간여행+휴머니즘

지난 8월부터 방송된 SBS '앨리스'.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주원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김희선의 1인 2역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앨리스'의 주 소재는 시간여행. 윤태이(김희선)와 박진겸(주원)이 시간여행의 실체를 알게 되고 미래 시간에 사는 유민혁(곽시양)이 현재로 오기도 하면서 극 중 배경이 현재와 미래, 과거를 넘나들지만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게다가 박진겸을 향한 박선영(김희선)의 모성애에 윤태이와 박진겸, 김도연(이다인)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 라인이 판타지 드라마에 휴머니즘을 더했다. 보통 SF 판타지와 휴머니즘은 함께 담아내기 어려운 소재이지만 '앨리스'는 이러한 편견을 깨버렸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판타지 드라마다.

때문에 '앨리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8월 28일 방송된 1회 시청률 6.1%를 시작으로 최고 시청률 10.6%까지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KBS2 '좀비탐정'./KBS

■ 호감형 좀비의 재탄생

지난달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좀비탐정'도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다. 부활 2년 차 좀비가 탐정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최진혁과 앞서 넷플릭스 '인간수업'에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주현이 주연으로 분한다.

특히 '좀비탐정'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좀비의 이미지를 완전히 깼다는 점이 독특하다. 좀비 캐릭터가 사람을 잡아먹거나 해를 가하는 위협의 존재로 그려졌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극 중 좀비로 그려지는 김무영(최진혁)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걸음걸이를 교정하고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표현하기 위해 BB크림을 바른다. 배고픔에 사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생 간을 갖고 다니면서 노력하기도 한다.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감형 좀비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B급 감성은 짠 내 나는 코믹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송 전 코믹과 좀비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연 '좀비탐정'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끌어모았다.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넷플릭스

■ '내 눈에만 보이는 젤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도 판타지 드라마 중 하나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젤리는 욕망의 잔여물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손을 잡으면 그사이에 젤리가 형성되고 욕망 가득한 악귀들이 젤리로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여러 욕망이나 집착 같은 감정들을 젤리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젤리를 유일하게 볼 수 있고 처치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안은영(정유미)은 극 중 유일한 히어로이지만 사명감에 불타기보다는 타고난 운명을 탓하기 바쁘다. 때문에 무지개 칼을 휘둘러 젤리를 처치하면서도 그닥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소설에서 상상만으로 그려졌던 젤리를 실체로 현실화 과정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전에 볼 수 없었던 소재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달 공개된 후 넷플릭스 내 가장 특이한 드라마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tvN '구미호뎐'./tvN

■ 남성 구미호로 액션까지

더불어 7일 tvN에서는 '구미호뎐'이 첫 방송된다.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액션로맨스. 앞서 '도깨비'에서 저승사자로 분해 화제를 모았던 이동욱이 이번에는 구미호 이연으로 분하고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범은 구미호와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요 이랑으로 분한다.

지금까지 구미호는 판타지와 호러, 로맨스 등 여러 장르에서 자주 이용되던 소재다. 하지만 늘 여성 캐릭터가 소화했던 구미호를 이번에는 남성 캐릭터가 소화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신선함이 있다. 인간의 간을 빼먹는 공포영화 속 존재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운 외모와 요괴를 제압하는 능력, 빼어난 무예실력을 갖춘 신비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처럼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신선하고 색다른 소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 세계관에 잘 몰입하면 등장 인물의 특별함 또한 이해할 수 있지만 몰입하기까지의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판타지 드라마만의 독특함은 다른 장르에서는 볼 수 없는 확실한 장점임이 확실하다.

결국 판타지 드라마가 계속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 속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감성과 유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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