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업자 부담증가, 설계사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다수의 설계사가 고용보험 의무가입 추진을 찬성하지 않았다./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21대 국회에서 최근 보험업계의 뜨거운 쟁점인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보험설계사조차 고용보험 의무가입 추진을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정부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법안 추진으로 설계사가 설 자리가 더욱 위축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8일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특수고용직은 타인의 사업을 위해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개인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차후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 여파로 수익성 악화를 겪는 업계에 부담이 확대되고, 결국 설계사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설계사 역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반대하는 양상을 보였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공개한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1245명 중 955명(76.7%)이 고용보험의 일괄적 의무가입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84명(63.0%)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따른 사업주 부담증가로, 고용여력이 감소하고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했다. 922명(74.0%)은 '업무량을 조절해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설계사 중 월소득 이150만원 미만인 비중은 16.5%로 집계됐다.

홍석준 의원은 "실제 보험대리점업계의 운영난 가중으로, 저능률 설계사 16.5%가 일자리를 잃는 대량해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23만여명의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중 16.5%인 3만8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고용직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보험 정책방향이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킬 수 있다"면서 "대량 해촉을 방지하고 보험산업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종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8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고용보험 도입은 설계사의 감소 등 관련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각 산업분야에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논의가 사업주와 특수고용직 모두에게 부담만 주는 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의 설계사가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반대했다./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9월8일 공개한 '특고, 고용보험 일괄적 의무적용 반대'에서도 설계사의 39명(52.0%)이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반대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저임금 고율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취업 감소가 나타났듯이, 고용보험 의무 적용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향후 국회에 법안 발의가 된다면,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임금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 ▲임의가입 방식 적용 ▲특수고용직의 보험료 부담비율 상향조정 등의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설계사의 잦은 이탈'이 지적됐다. 보험연구원이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9만2000명으로, 14만5000명을 기록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5만3000명(36.55%) 감소했다. 손해보험 전속설계사 역시 지난해 9만2000명으로 7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00명(1.07%)감소하며 정체된 현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가 처음 들어오면 절반 이상이 1년 내 그만둔다"며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신중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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