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 개정시 대기업집단 계열사 4곳중 1곳이 규제 대상
"지분율 조정은 대주주 투자 막아 자회사 설립 막을 것"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서 발언 중이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한스경제=유재형 기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기업 부담을 가중한다며 법안 재고를 요구하는 경영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안이 시행돼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경우 자칫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한 조사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시 대기업집단 계열사 4곳중 1곳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을 조사한 결과 전체 2108개 계열사 중 209곳(총수일가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으로 집계됐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대상이 현재보다 185% 늘어난 총 595곳이 된다. 효성그룹이 22곳으로 가장 많이 늘고, 호반·GS·신세계 등도 10곳 이상이 포함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확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법 통과 시 기업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주장을 담아 법안이 계류 중인 정무위원회에 재고를 요구한 상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7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 인사말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을 20%에서 30%로 올리도록 한 것은 대주주에게 매우 큰 경영 부담을 안긴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올리면 기업이 새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편입할 때 필요한 자금이 대폭 증가하는 어려움이 생긴다는 취지다.

손 회장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 도입 법안에 대해서는 "블랙컨슈머와 법률 브로커에 의한 소송 남발과 기획소송제기로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손실이 발생하고, 기업들이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경영계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해선 고발 남발이 예상되며, 공정거래 고발사건에 대해 검찰의 별건 수사가 진행될 수 있기에 해당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봤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수급 제한을 푸는 내용이 노동자 측에 편향된 만큼 사용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경영계 인사들은 이달 중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에 대한 종합적 건의서를 작성해 국회에 전달하고, 경제단체들과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야의 공정경제 3법 합의 처리는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가진 경총 간담회에서 "기업계의 우려를 듣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하고, 부분적으로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면서 "이것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좁은 범위의 수정 보완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와 함께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사관계와 노동법도 함께 개편하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전날 언급과 뜻을 같이 했다. 맥을 같이해 경총에서도 노동권 강화 정책에 맞춰 노동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 개혁도 추진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국회는 기업활동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이나 의견 간극이 큰 만큼 합의에 이르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재형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