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돌멩이’는 인간의 믿음에 대한 물음을 담은 영화다. ‘어른아이’ 석구가 억울한 누명을 씌게 되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를 지적한다. 주제의식은 묵직하지만 촘촘하지 못한 구성이 아쉬움을 남긴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엔딩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돌멩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지능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지적 장애인 석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정미소를 운영하는 석구는 새벽에 일어나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계란을 마을회관에 배달한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석구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석구는 어느 날 청소년쉼터에 새롭게 온 은지(전채은)를 알게 된다. 빨리 어른이 되고픈 가출소녀 은지는 마을 축제 중 소매치기로 오해받게 되고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석구와 친구가 된다. 석구는 은지와 함께 은지의 아빠를 찾으러 다니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은지는 쓰러지고 석구는 그를 구하려다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된다.

석구는 억울하지만 의사 표현이 어려운 탓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다. 그 날의 사건 목격자 센터장 김선생(송윤아)은 석구를 용서하지 못한다며 석구의 보호자인 노신부(김의성)와 대립한다.

영화 '돌멩이' 리뷰.

영화는 사람들의 편견과 불신 속 아동 성범죄로 낙인찍힌 석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석구의 혐의를 입증할 마땅할 증거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석구를 판단한다. 결국 마을에서 파렴치한이 돼 버린 석구.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도 그에게 돌을 던지고, 자신의 보호자인 노신부 역시 완전한 믿음을 보이지 않는다. 노신부는 석구를 감싸며 선처를 구하면서도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돌멩이’는 사람들의 불신과 편견 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석구를 통해 진정한 믿음과 진실에 대해 되묻는다. 편견으로 인해 산산조각 나는 석구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하다. 가까이 지낸 친구들조차 석구에게 등을 돌리고 돌멩이를 던지는 단면적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사실 누군가에게 돌을 던졌던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믿음과 진실이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품고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끝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제의식을 제기하지만 얽혀버린 실타래는 도통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극 중 진실을 외면한 채 극단적인 감정에 쌓인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여러 일화를 추가하는데 이는 보는 이들의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캐릭터들의 면면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이성적인 듯 보이지만 편견에 쌓인 아동센터장의 모습이나 불완전한 믿음을 안고 사는 신부까지.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사이다’ 캐릭터는 없다.

영화는 석구의 사건 뿐 아니라 계부의 아동 학대, 성범죄 등을 추가하며 현 사회에 만연한 범죄들을 보여주지만 맥락 없는 두루뭉술한 구성으로 피로도를 높이는 데 일조할 뿐이다.

사회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담은 영화지만 이를 풀어내는 구성이 아쉽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마음속에 여운 대신 질문만 던진 채 끝난 영화에 대한 찝찝함이 짙게 깔린다. 오는 15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12세 관람가.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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