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규(왼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송)민규(21)야, 여기!”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은 대체로 고요했다.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60)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스페셜 매치가 열린 장소치고는 적막이 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무관중’으로 열린 탓이다.

녹색 잔디의 그라운드는 기자석과 약 30m 떨어져 있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호명하는 소리는 생생히 들렸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관중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 탓에 과거 국내 각급 축구 대표팀 경기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흘러 나오는 녹음된 응원 소리는 태극전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전처럼 들뜬 현장감은 느끼기 어려웠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그라운드에서의 소통이 보다 원활해진 듯 보였다.

‘형’ A대표팀과 ‘아우’ 올림픽 대표팀은 2-2로 비겼다. A대표팀은 지난 1996년 4월 21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올림픽 대표팀과 승부 결과(1-2 패)를 설욕하지 못하고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A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KFA 제공

이번 스페셜 매치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해외파 선수들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파인 K리그 선수들만 출전했다. 전북 현대 소속이자 A대표팀 수비수를 꿰찬 이주용(28)은 주목을 받았다. 5년여만에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그는 전반 13분 이동경(23)의 패스를 받고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A대표팀은 선제골을 넣으면서 전반전 끝까지 다소 우세한 경기를 벌였다. 전반전까지 슈팅 수(4-2)와 유효 슈팅 수(3-1), 코너킥 수(1-0) 등에서 모두 앞섰다.

다만 후반 들어 경기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A대표팀은 후반전 초반 올림픽 대표팀의 파상공세에 고전했다. 선수 3명을 교체했지만 상대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A대표팀은 후반 4분 K리그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인 올림픽 대표팀의 송민규에게 골을 얻어 맞았다. 송민규는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골대 오른쪽 아래를 향해 왼발 슈팅을 꽂았다. A대표팀은 급기야 후반 12분 권경원(28)이 자책골을 넣어 상대에 1점 차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전 막판 양팀은 여러 차례 슈팅을 주고 받았다. A대표팀은 이동준(23), 올림픽 대표팀은 엄원상(21)이 잇따라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A대표팀은 ‘해결사’ 이정협(29)이 후반 43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해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양팀 모두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좋은 경기 보여드리자'가 첫 번째 목표였다. 사실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고자하는 플레이가 거의 나오지 못했다. 들어가면 선수들을 혼 좀 낼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올림픽 대표팀의 수훈 선수 송민규는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감독님께서 주문하신 부분들은 못 보여드린 것 같다. 골은 넣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완벽한 경기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A대표팀의 수훈 선수 이주용은 "팀이 추구하는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전반에는 괜찮았지만, 후반에 우려했던 부분이 나왔다. 결과가 다소 아쉽다"고 언급했다. 벤투 A대표팀 감독은 "며칠 안되는 훈련 기간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나오고 그래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 완벽한 조직력을 다지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후반전보다 전반전 경기력이 나았다. 전반전엔 역습 차단 등 원하는 경기를 한 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후반전엔 밸런스가 무너지고 특히 동점골 이후 침체된 모습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정성적인 평가는 말씀드릴 수 있지만 정량적으로 점수를 얘기하긴 어렵다. 경기도 다시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에도)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스페셜 매치 2차전을 벌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차례 스페셜 매치에서 승리하는 팀의 이름으로 1억 원의 코로나19 성금을 기부할 계획이다.

고양=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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