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김세영(27)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의 '여자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적인 코스 운영과 승부사 기질 모두 닮았다. 빨간색 옷이 트레이드마크인 것도 비슷하다. 빨간 상의, 검정 하의가 우즈의 상징적인 패션이라면 김세영은 빨간 하의가 그를 대변해주는 옷이다. 김세영이 갖고 있는 빨간 바지는 무려 100벌이 넘는다.

◆‘기록의 태극낭자’로 우뚝

‘빨간 바지의 마법’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

김세영은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ㆍ657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거두며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3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지난 2015년 LPGA 투어 진출 이래 거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다. 아울러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63타)과 72홀 최소타 기록(267타)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11개월만의 LPGA 대회 정상이자 통산 11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신지애(11승)와 함께 한국 선수 LPGA 우승 횟수 부문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시즌 상금(90만8219달러)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76점)에서 각각 박인비(106만6520달러ㆍ90점)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며 개인 타이틀 수상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앞 조 박인비(32)와 접전을 벌였다. 2타 차이를 놓고 달아나기와 추격 양상이 반복됐다. 김세영은 특히 후반 홀들에서 뒷심을 발휘했다. 13번홀(파4), 14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4타 차로 달아나며 우승을 예감했다. 박인비가 17번홀(파3) 먼 거리 버디로 마지막 힘을 냈지만, 김세영은 16번홀(파5)과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 /LPGA 제공

◆박인비도 칭찬한 플레이

한희원(42)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어려운 핀에서도 핀 세컨드 공략이 돋보였다. 비교적 짧은 거리 파4홀인 13번홀에서도 공격적으로 세컨드 샷 공략을 하면서 버디 잡아냈다”며 “특히 후반 라인들에선 선수들이 공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공간이 좁았는데 김세영은 떨어뜨려야 할 곳에 정확히 떨어뜨리는 샷들을 많이 냈다. 기회가 존재했던 곳의 버디 퍼트를 모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강한 멘탈도 우승의 비결이었다. 대회 코스는 그야말로 난코스였다. 이날 언더파 성적을 낸 선수는 8명에 불과했다. 세계랭킹 ‘톱10’ 중 9명 출전한 우승이 쉽지 않은 대회이기도 했다. 한희원 위원은 김세영의 멘탈과 관련해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앞을 보면서 준비하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성향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세영은 우승 후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 오랜 기간 메이저 우승이 없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1998년에 박세리(43) 선배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후배 김세영을 치켜세웠다. 박인비는 “(김)세영이는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공을 잘 쳤다"며 ”그의 플레이가 정말 좋았다. 아직까지 메이저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해왔다. 축하한다. 오늘 플레이는 메이저 우승자다운 플레이였다“고 높이 샀다.

한편 하타오카 나사(21ㆍ일본)와 카를로타 시간다(30ㆍ스페인)는 공동 3위(최종합계 7언더파 273타)에 올랐다. 박성현(27)은 17위(2오버파 282타), 지은희(34)는 공동 18위(3오버파 283타)에 포진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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