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사진) 전 히어로즈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이 손혁 감독 사퇴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2018년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3년6개월 징역형을 최종 선고 받은 이후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세간의 스포트라이트가 다시금 집중되고 있다. 부임 11개월 만에 손혁 감독을 경질하고 프로 경험 없는 30대의 김창현(35)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서다. 김창현 대행은 경희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프로 경력 없이 2013년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해 올 시즌을 앞두고 신설된 퀄리티컨트롤코치를 맡았다. 투수, 야수, 불펜 코치 등 파트별 코치 경험은 전무하다. 1985년 생으로 히어로즈의 베테랑 박병호보다 한 살 많고 홍원기 수석코치보다는 무려 12살이나 어리다. 현장에서 10년 이상 지도자 경력을 쌓은 홍원기 수석코치를 대신해 김창현 대행을 선임한 건 야구계에 전례가 없던 일이다. 히어로즈는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길 경우 보좌할 수석코치를 선임해야 하기에 김항현 대행을 홍원기 수석이 돕기로 했다"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내놨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에 손혁 감독 사퇴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히어로즈의 경영권 분쟁의 시작

손혁 감독 사태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선 히어로즈의 창단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시즌 히어로즈는 모(母)그룹의 경영난으로 해체 위기에 몰렸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창단했다. 히어로즈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메인 스폰서를 유치하고 특정 그룹의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야구단을 전면에 내세웠다. 8개 구단 체제 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한국 프로야구는 히어로즈의 도전을 참신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창단 후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최초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기로 했던 기업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히어로즈는 구단 운영자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히어로즈는 야구단을 운영할 자본이 없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소규모 벤처 기업이 소유한 상황이었다. 히어로즈는 허리띠를 졸랐다. 주축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몇몇 선수는 현금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구단 운영의 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새로운 '돈 줄'이 필요했던 이장석 전 대표는 투자 유치에 나섰고 재미 사업가와 협상을 통해 자금을 유치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히어로즈 구단 지분을 건네주기로 했던 것. 규모는 40% 수준이다. 이는 경영권과 직결된 수준이다. 이후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하면서 재정적인 안정을 되찾았다. 구단 운영도 정상 궤도에 올랐고, 급속도로 발전했다. 2013시즌 염경엽 감독 체제 아래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다수의 스타 선수들도 배출했고, 자유계약(FA)을 통해 '거상(巨商)'의 입지도 다졌다. 성공은 역설적이게도 분쟁을 가속화했다. 구단 가치가 급상하면서 과거 투자 계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장석 전 대표는 약속한 지분을 이전하지 않아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 그 과정에서 구단 운영과 관련한 비리도 드러났다. 결국 이장석 전 대표는 수감됐고, KBO는 그의 영구 제명을 결정했다. 

허민 히어로즈 의장. 

◆ 지분율 67.56% 이장석과 허민 의장은 운명 공동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서울 히어로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장석 전 대표의 지분율은 67.56%(27만7000주)로 경영권 방어 지분인 50.1%를 크게 웃돈다. 이장석 전 대표에 이어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한 이는 박세영 전 구단주의 아들 박지환 씨로 2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조태룡 전 단장과 남궁종환 전 단장이 각각 4.88%와 3.17%를 소유한다. 하지만 이장석 전 대표가 약속 대로 홍성은 레이니어 회장에게 지분 40%를 건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대 주주가 바뀌면서 히어로즈 경영권이 격랑 속에 휩싸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장석 전 대표가 지분을 넘겼다는 이야기는 없다. 대신 히어로즈는 재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2018년 11월 KBO로부터 구단 운영과 관련한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을 요구 받은 뒤 외부에서 영입한 사외이사에게 경영을 맡겼다. 바로 허민 의장이다. 당시 원더홀딩스 대표이사였던 허민 의장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 수 년간 운영했고, 야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때문에 히어로즈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경영 감시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랐다. 권력을 쥔 허민 의장은 자신의 최측근인 하송 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히어로즈 구단의 '감시자'에서 구단 경영의 전면으로 허민 의장과 하송 대표가 떠올랐다.
 
이장석 전 대표와 허민 의장은 히어로즈 경영을 두고 운명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허민 의장은 야구단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 선임권을 쥐고 있다. 히어로즈는 감독을 선임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 의장이 허민이다. 의장으로서 허민 의장은 이사회 의결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독 선임과 같은 중요 의제는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집행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것 자체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장석 전 대표와 허민 의장 사이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히어로즈의 지배구조를 볼 때 이런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이사회 의장은 안건 상정이나 이사회 소집 그리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 허민 의장이 최측근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임원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다. 절대 권력을 소유한 셈이다. 히어로즈가 주식회사임을 고려할 때, 주식회사의 힘은 결국 지분이다. 결론적으로 허민 의장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건 최대 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와 한배를 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고개를 든 이유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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