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 입장한 고양종합운동장의 모습.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관중 여러분 감사합니다.”

12일 오후 7시 20분쯤 유관중 전환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인사말이 고양종합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과 김학범(60)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대표팀의 스페셜 매치 2차전은 오후 8시 이곳에서 열렸다. 정부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낮추면서 ‘직관(직접 관람)’이 허용된 국내 프로스포츠 첫 번째 공식 경기다.

◆A대표팀 이름으로 코로나19 성금 기탁

허용된 관중 규모는 3000명이었는데 입장 인원은 3분의 2 수준인 2075명을 기록했다. 그래도 존재감은 남달랐다. 고양종합운동장 내부와 인근에선 경기 시작 전부터 활기가 흘렀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일부 선수들의 얼굴엔 설렘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경기장 입구에서 만난 축구 팬 김강산(23) 씨는 “오랜만에 축구 경기 직관 기회가 주어졌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 왔다. 기쁘다”라며 “올림픽 대표팀 엄원상(21)과 송민규(21)의 팬이다. 특히 1차전에서 골을 넣은 송민규는 피지컬과 스피드 등 흠잡을데 없는 선수다. 두 선수를 응원할 예정이다”라고 들뜬 기색을 보였다.

유관중 전환 첫 경기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승부는 ‘형’인 A대표팀의 3-0 승리로 끝이 났다. 9일 무관중으로 진행된 1차전에서 2-2로 비긴 A대표팀은 1, 2차전 합계 5-2로 올림픽 대표팀을 제압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성금 1억 원은 'A대표팀'의 이름으로 기탁하게 됐다.

이날 A대표팀은 이정협(29), 올림픽 대표팀은 조규성(22)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A대표팀이 잡았다. 경기 시작 5분만에 A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23)이 상대 골망을 갈랐는데 득점 전 상황에서 김인성(31)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골이 취소됐다. A대표팀은 이후 전반 10분과 25분 김인성이 잇따라 헤딩 슈팅과 오른발 슈팅을 날리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상대팀 조규성과 이유현(23)에게 유효슈팅을 내줬지만, 강한 압박으로 아우들의 움직임을 옥죄었다. A대표팀은 전반까지 유효슈팅 수에서 0-2로 뒤졌지만, 슈팅 수(4-3)와 코너킥 수(4-1)에선 우세한 기록을 남겼다. 집중력은 아우들이 앞섰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형들이 가져간 셈이다.

A대표팀의 이동경. /KFA 제공

A대표팀은 후반 들어 거센 반격에 마주해야 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3명을 교체한 올림픽 대표팀의 의욕적인 움직임에 잠시 당황했다. 후반 4분 올림픽 대표팀 김대원(23)에게 코너킥 기회를 내주는 등 고전했지만, 이후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골을 만들었다. A대표팀은 후반 9분 이동경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동료 이동준(23)의 패스를 받고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뽑았다. A대표팀은 후반 42분엔 이주용(28), 후반 45분엔 이영재(26)가 추가골을 넣어 결국 3점 차 승리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감독ㆍ선수 “유관중 전환은 기쁜 일”

‘승장’ 벤투 감독은 “1차전과 비교해 플레이스타일, 철학 등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훈련 기간이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이행해줘서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특히 수비는 완벽했다. 몇 차례 세트피스 기회를 내줬던 것을 빼면 통제가 잘 된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유관중 전환을 두고는 “기분 좋고 기쁜 일이다. 비록 적은 수의 관중 밖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고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첫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대표팀이 10개월 만에 소집했는데 2차전에서라도 관중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언급했다.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은 “(이)동준이가 (기회를) 잘 만들었고 골 넣기 쉽게 도와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도쿄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학범 감독은 “A대표팀의 승리를 축하 드린다. 저희 팀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짧은 소집 기간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선수들 개개인을 점검한 것은 소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 오세훈(21)은 유관중 경기 소감에 관한 질문에 “팬 분들이 와 주셔서 힘이 났다. 기뻤고 한 발 더 뛸 수 있었다. 응원을 해주신 만큼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기자석 맞은 편 동쪽 스탠드에 거리를 두고 앉은 팬들은 경기 내내 박수 소리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북돋았다. 민요 아리랑의 가락에 맞춰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육성 없는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처럼 입장한 관중은 경기장 전광판에 수시로 나오는 관람 수칙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축구 대표팀 형제의 우정과 팬들의 성숙한 응원 문화가 가을 밤하늘의 별만큼 빛나 보인 하루였다.

고양=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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