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현우, 스페셜매치 2차전 철벽수비
벤투호 골키퍼 전쟁 다시 점화
조현우가 12일 벤투호-김학범호 스페셜매치에서 국가대표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조현우 골키퍼가 너무 잘하더라."

올림픽축구대표팀 김학범(61) 감독은 경기 후 상대 골키퍼 조현우(29·울산 현대)를 칭찬했다. 패배를 인정하면서 상대 승리 수훈 선수로 조현우를 꼽았다. '빛현우' 조현우가 아우들에게 '국대(국가대표)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벤투호의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울산 현대의 K리그1 선두 질주에 가장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골리의 실력을 확실히 뽐냈다.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벤투호-김학범호'의 스페셜매치 2차전에 선발로 나서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경기당 최소 실점(0.75), 클린시트(10경기) 1위를 기록한 '검증된 실력'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승부처에서 조현우의 선방쇼가 더욱 빛났다. 1-0으로 앞선 후반전 중반부터 아우들의 매서운 공격을 잘 차단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수비 지휘, 그리고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벤투호 최후 보루 구실을 완벽하게 해냈다. 벤투호는 조현우의 연속 선방으로 리드를 지킨 뒤 경기 막판 연속골로 3-0 완승을 챙겼다. 1차전 2-2 무승부로 구겼던 자존심을 대승으로 만회했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한국의 최고 스타다. 김승규(30·가시와 레이솔)와 주전 싸움에서 이기며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나섰다. 비록 신태용호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환상적인 세이브 행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차군단'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멋진 선방으로 한국의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월드컵 이후 조현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 황의조(28·지롱댕 보르도)와 함께 '형님'으로서 동생들을 잘 이끌며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탰다. 흔히 말하는 '국대 클래스'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든든히 골문을 지켰다. 당시 조현우를 와일드카드로 뽑은 사람이 다름 아닌 김학범 감독이다.

조현우(가운데)가 김승규와 주전 싸움 3라운드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조현우는 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에 오른 이후에 주춤거렸다. 국가대표 수문장 싸움에서 김승규에게 조금씩 밀렸고, 해외 진출도 다음으로 미루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순발력은 좋지만 발 밑이 불안하다'는 지적 속에 골키퍼부터 후방 빌드업에 가담시키는 벤투호에서 작아졌다.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주전 자리를 김승규에게 내줬다. 벤투호 출범 후 조현우는 A매치 7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승규는 15번 대표팀 골문을 지켰다.

절치부심.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조현우는 돌파구를 찾고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울산으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명불허전 실력으로 K리그 최고 수문장 자리를 굳건히 했다. 여전한 순발력과 정확한 판단으로 울산 수비벽을 쌓으며 팀의 리그 최소 실점(24경기 18실점)을 지휘하고 있다. 이번 스페셜매치에서는 '국대 클래스'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1, 2차전 모두 벤투호의 골문을 지키며 '김승규와 주전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2차전에서 한층 안정된 후방 패스워크로 벤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포츠에서 경쟁은 가장 좋은 성장 에너지가 된다. 스페셜매치에서 나온 조현우의 '빛나는 선방'이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대표팀 수문장 주전 싸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조현우 vs 김승규 3라운드'가 축구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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