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강화 위해 네덜란드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개되는 재판을 준비하면서도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을 위한 경영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 강화를 위해 직접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오는 26일 오후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1월17일 공판이 열린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던 재판이 약 9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검찰이 기소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첫 재판도 22일 열리는 만큼 이 부회장은 두 개의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향후 행보에도 지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잠정실적으로 연결기준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최대 실적을 낸 상황이지만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사태 등이 지속되고 있어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실적발표가 이뤄진 이날 오후 네덜란드로 출국해 해외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 비즈니스 미팅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재판이 진행되기 전까지 최대한 해외일정을 소화해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지는 해외일정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해외 출입국이 완화되면서 빠르게 해외일정을 꾸린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공판준비기일에는 본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재판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해외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행선지가 네덜란드였다는 점에서 업계는 향후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본사가 있는데, ASML은 전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ASML EUV 노광기 /ASML 홈페이지 캡쳐

현재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7나노 이하 공정을 진행하는 곳은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있다. 향후 이들은 5나노 이하 공정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V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반복해서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데, 기존 불화아르곤 대신 EUV를 광원으로 쓰는 만큼 더 정교한 회로패턴을 세길 수 있어 5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이에 ASML의 EUV 노광장비가 꼭 필요한 만큼 이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걸고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으로 향후 확대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파운드리 사업부는 매우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비메모리 시장 내 비인텔 영역이 확장되면서 파운드리 성장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의 ASML 방문을 시작으로 유럽을 비롯해 패스트트랙 발효로 출입국 제한이 간소화된 베트남과 일본 등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많은 기업인 중 한명으로, 재판 재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현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해외일정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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