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년 만에 총수 교체, 취임 메시지로 '인류, 미래, 나눔' 등 혁신 지향점 제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연설 모습 /현대차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4일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도 20년 만에 3세 경영 체제에 들어가게 됐다.

14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경영을 총괄해 오며 지난 2년간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그룹의 수장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장(New Chapter)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전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밝힌 영상 취임 메시지를 통해 ‘고객’을 필두로 “인류, 미래, 나눔” 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며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하며,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했다.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표명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시장 /현대차 제공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겨냥해 성장 이뤄낸다

이처럼 정의선 회장이 ‘고객’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그간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품질경영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를 더욱 발전시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현대차에 대한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수석부회장으로 재임한 2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미래 분야 인재 영입 등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3월 세계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와 합작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완성차 메이커 및 자율주행 기업들과의 단순 협업 틀을 넘어선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결정은 최적의 공동 개발 방식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 일정을 단축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재임 기간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Grab)을 비롯 유망 스타트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했다.

내부적으로는 소통, 자율, 책임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와 혁신도 주도했다. 정의선 회장은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주문으로 ‘자율성’과 ‘기회’의 확대를 통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 조성을 위해 직급 및 호칭 체계도 축소, 통합했다. 일반직 직급 체계를 4단계로 축소하고 호칭은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단순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재임했던 짧은 기간 많은 변화를 통해 단순히 자동차 제작,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변화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출시하고,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 중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

또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에 성공해 유럽 수출을 본격화했고, 수소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할 대표 기업으로 선정돼 미래산업을 이끌 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선대회장의 뜻 물려받아 기업 성장 이룬다

정의선 회장은 범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도 고객 중심의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엄중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혁신 주도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정몽구 명예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육성했으며, 2010년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 5업체로 성장시켰다. 또 품질경영, 현장경영, 글로벌경영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정의선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그룹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여정으로의 동참을 당부했다. 

이어 그는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가경제 기여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 및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같이 하는 사회공헌 노력도 확대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힘을 모아 고객 존중의 가치와 더불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1970년생으로 휘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스시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부사장),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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