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차 입찰에 신세계, 그랜드면세점만 참여...경쟁입찰 불가로 '유찰'
수의계약 혹은 입점 조건을 더욱 낮추는 방안 검토 中
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인천공항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이 3차 입찰에서도 유찰성적표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만큼 공항이 수의계약을 시도할지 혹은 제 3의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마감된 인천공항 T1 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 6곳(대기업 4곳, 중소·중견기업 2곳)이 전부 유찰됐다.

입찰에는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식품), DF6(패션·잡화) 등 대기업 사업권 4개와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DF8/DF9)로 총 33개 매장(6131㎡)이 매물로 나왔다. 대기업 사업권에는 신세계면세점만 DF6에 참여했고 중소·중견기업 사업권에는 그랜드면세점만 입찰해 경쟁입찰 불가로 유찰이 일어났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해 인천공항이 총 3번의 유찰 성적표를 받아든 건 사상 최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 2015년부터 세계 공항면세점 중 2위 두바이 공항을 따돌리고 매출 1위 왕자를 굳건히 해왔다.

사실 이번 3차 유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이 이미 2차에서 유찰됐던 조건을 3차 입찰에도 그대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 공항 측의 지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들은 공실 위기를 막기 위해 임대료 최소보장액을 30% 인하하고, 고정 임대료가 아닌 매출에 따른 품목별 영업요율을 적용한 임대료를 받는 조건을 걸었다. 임대료 감면 혜택도 기존에 작년 동월대비 여객수 60% 회복 조건을 확대해 80%까지 확대했지만,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산업 불확실성을 감내할 만큼은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 4월 1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최저점을 보인 뒤 4개월 연속 증가추세에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 7월보다 15% 늘어난 1조4441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수치지만 약 70%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면세점 / 변세영 기자

다만 이는 공항면세점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제 3국 반출 허용과 함께 중국 보따리상이 다시금 활기를 띠고는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시내면세점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예년이라면 면세점 수입은 시내 50%, 온라인 30%, 공항이 약 20%를 담당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공항매출이 사실상 바닥에 수렴하는 중이다.

공항 면세점이 살기 위해서는 백신이 나오고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야 하지만, 그 시기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관광비행 등을 통해 공항 면세점을 살리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해외 유입자들과의 접촉 및 감염위험을 이유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흥행에 참패한 인천공항 측은 ‘수의계약’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경쟁입찰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수의계약이 이루어지면 업체들은 공항과 입점 계약조건을 직접 조정하는 등의 협상테이블을 만들 수 있어 면세점 업계에 유리하다.

계약 조건을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업자를 모으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으로 입찰해야 한다는 조건인 최저입찰금액을 30%보다 더 낮추거나, 아예 매출의 일정부분만 임대료로 산정하는 매출연동제 방식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진행되면 이번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모든 업체가 대상이다”라면서 “일반 4차 입찰 시 계약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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