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관계자가 전날 계약된 전세 물건이 표시된 안내문을 떼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려 했던 A씨는 혹하는 제안을 받았다. 여러 곳의 공인중개업소가 전속 매물로 맡겨 주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세 거래 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중개 수수료를 각각 지불한다. A씨는 "최근 임대차법으로 인해서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매물 구하기에 혈안인 듯 하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임대차 시장에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대란에 공인중개업자들이 제살까지 깎아가며 매물 확보에 나섰다.

16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세 임대인에게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매매거래도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새 임대차법 탓 전세 매물이 실종되자 어떻게든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강남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한테 돈을 안받겠다고 하고 매물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전속으로 주면 임대인에게 수수료를 안받고 임차인에게만 받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중개업자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거래 수수료를 지불한다. 서울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에 따르면 임대차 거래에서 주택이 1억원 이상~3억원 미만이면 0.3%, 3억원 이상~6억원 미만이면 0.4%, 6억원 이상이면 0.8% 이내다. 다만 최대 상한요율까지 수수료를 매기는 사례는 드물고 중개업자와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9억원의 전세거래가 이뤄진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 720만원을 중개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만약 양측에서 수수료를 모두 받는다고 하면 중개업자는 14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개업자가 한쪽의 수수료를 포기하는 것은 임대 매물이 전세 매물이 귀해져서다.

거기다 최근 매수세가 움츠러들면서 거래 위축이 온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16일 기준 248건을 기록했다. 10월의 절반 이상이 지났음에도 아직 전월 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커뮤니티 갈무리

전세난 속 먼저 수수료를 주지 않겠다고 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 B공인중개업소 관게자는 "전세 매물을 내놓으면서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것도 아니라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집주인도 있다"며 "그래도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다보니 집주인들의 웬만한 조건은 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세입자를 면접을 봐 가려 받겠다는 집주인도 나오는 실정이다. 전세대란이 만들어 낸 이상현상들이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이런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전세 매물이 적은데 반해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임대차법과 실거주 요건 등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다"며 "그런 와중 수요는 꾸준하니 이런 이상 현상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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