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괴롭힘·갑질 보험 시장 확대
중국, 영토·인구수 만큼 다양한 보험 등장
한국, '사회문제' 반영한 상품 출시
국가별로 각 나라의 문화, 생활환경이 반영된 이색 보험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보험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생긴 제도다. 보험을 '사고를 미리 대비하는 지혜'라고 표현하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맞게 많은 상품이 만들어졌다. 전세계에 200여개 나라가 존재하는 만큼 국가별로 이색적인 보험도 적지 않다.  

16일 보험연구원의 '해외 보험동향 2020년 가을호'에 따르면 일본 손해보험사의 괴롭힘·갑질 보험상품은 개발·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근무 중 괴롭힘 또는 갑질 피해를 입은 종업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 또는 상사 등의 갑질로 인한 근로자의 민원 제기 건수가 연간 약 9만 건을 상회해 근로자 45명 중에 평균 1명이 이와 관련한 피해를 입는 등 고용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됐다. 

일본 손해보험회사들은 기업에 대한 종업원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하여 다양한 괴롭힘 또는 갑질 피해를 보장할 수 있는 기업성 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괴롭힘 보험은 기업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업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경우 소송비용과 보상금을 지급한다.

관련 보험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괴롭힘·갑질보험 시장은 괴롭힘·갑질에 대한 분쟁 증가에 따라 최근 4년간 3.8배 성장했다. 일본 주요 손해보험 4개사의 괴롭힘·갑질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5년 1만7000건에서 2019년 6만6000건으로 급증했다.

이밖에 지진과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해 무덤의 비석이 훼손되는 걸 대비하는 ‘무덤 비석보장 보험’, 지하철을 많이 타는 일본인 특성을 반영해 치한에 당하거나, 치한으로 오해를 받았을 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한보험'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륙' 중국은 드넓은 영토와 인구수만큼 다양한 보험상품이 존재한다. 먹거리가 다양한 만큼 소화불량에 걸렸을 때 치료비용을 보장하는 ‘대식가보험’이 있으며 2억명의 독신자의 싱글라이프 탈출을 돕기 위해 가입 1년이내 결혼할 시, 보험금은 물론 호텔 이용권, 여행권, 결혼식 부가서비스 등 제공하는 '독신자 보험'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대로 남편이나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상대 배우자가 보험금을 전액 수령하는 ‘외도보험’과 이혼 원인 제공자의 상대 배우자가 보험금을 전액 수령하는 '이혼보험'도 있다.

이밖에 대리운전 이용자를 위해 대리운전 이용자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사고 위험을 보장해주는 ‘대리운전 이용 보험’,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엄지족들이 늘어나면서 제품을 구매하고 반송하는 횟수도 증가하면서 가입자가 제품 구매 후 반품을 하게 될 경우 운송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보험사에서 대신 지급해주는 '반송보험'도 등장했다.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에는 '눈 부족 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눈 부족 보험은 알프스에 스키여행을 갔을 때 눈이 내리지 않아 여행을 망친 경우 보상하는 보험이다. 

영국(잉글랜드)은 축구 종주국답게 축구팬들 역시 유별나기만 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보험'을 만들어 냈다. 잉글랜드 한 축구팬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보험사를 찾아가 자국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이 받을 정신적 충격에 대해 배상해 줄 것을 전제로 ‘축구 트라우마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잉글랜드는 2승1무의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까지 진출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는 고용주를 대변하는 보험상품이 있다. 먼저, 영국에는 직원이 복권에 당첨돼 퇴사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복권보험'이 판매중이다. 네덜란드에는 직원들이 꾀병을 이유로 결근할 경우 이를 보상을 해주는 '결근보험'이 있다. 네덜란드도 영국 못지않게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하는데 월드컵 기간에 적지 않은 고용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상품에 가입했다는 웃픈(?)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8%에 달한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가구당 보험 가입률이 98%에 달한다. 국민 대부분이 적어도 보험 하나 정도는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보험사는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틈새시장을 겨냥한 이색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캐롯손해보험은 필요할 때마다 켜고 끄는 온디맨드(On-Demand)형 보험 상품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갈 때 앱으로 스위치를 켜면 보험이 가동되는 ‘스마트온 펫산책보험’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오토바이 배달원이 시간·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시간제 이륜차 보험’을 내놨다.

삼성생명, KB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등은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학교폭력, 아동학대, 층간소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삼성생명의 ‘우리아이올바른성장보험’ 가입 시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교폭력피해보장’ 특약은학교폭력이 발생한 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학교폭력피해 치료가 결정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KB손해보험의 ‘맘시터 안전보험’은 아이돌봄 서비스 매칭 플랫폼 ‘맘시터’와 제휴해 기획한 보험은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돌보는 중에 돌보미의 과실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피해를 보상한다. '에이스손해보험은 공동주택 거주자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처브(Chubb) 층간소음 피해보장보험’을 판매 중이다. 

한화생명은 국인특화 보험인 'LIFEPLUS 우리가 지켜줄게 안심보험’을 출시했다. 군인 다발성 상해·질병을 폭 넓게 보장하며 업계최초로 20대 남성, 특히 군장병에게 발병빈도가 높은 특정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드오션인 보험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이색보험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이색 상품은 수익성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보험율이 높은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인 Z세대를 합친 용어)’를 공략하기 위해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저렴한 보험료, 꼭 필요한 보장만 선택 가능한 실속형 보장 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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