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고아성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1일 개봉)으로 또 한 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난 해 2월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평범하지만 세상과 맞서 싸우는 자영 역으로 공감을 꾀했다. 고아성은 “무거운 영화를 하고 싶지 않은 시기에 이 영화를 만났다”며 “밸런스가 잘 잡힌 영화였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종필 감독이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소감은.

“기뻤다. (웃음) 사실 감독님을 안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류현경 배우와 감독님이 ‘전국노래자랑’을 같이 했다. 두 분이 친했고 언니(류현경)에게 소개받았다. 부드러운 감성을 다루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가 유쾌했고, 후반으로 갈수록 단단했다. 결국 감독님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단단한 이야기였구나라고 느꼈다. 시나리오 자체도 재미있었다.”

-극 중 연기한 자영은 비리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했나.

“캐릭터를 준비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얻는 요소가 많다. 자영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복합적으로 담긴 것 같다. 자영을 보면서 ‘옆에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은데 그만큼의 자신감은 없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믿는 걸 고수하는 단단한 사람이다.”

-1990년대라는 시대 배경이 생소했을 터다. 특히 여직원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장면은 낯설었을 텐데.

“초반부터 허드렛일을 하는 여직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오 상무 짐 안 뺐냐?’라고 묻지 않나. 이게 감독님이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영화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1995년도에 난 겨우 네 살이었고, 그 때의 풍경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영화 촬영 전에 분장이랑 의상을 보는데 정말 자료화면 같지 않고 이미 봤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퇴근하고 돌아온 우리 이모, 또 그 당시 일하는 여성들 같았다.”

-촬영 당시 이솜, 박혜수와 함께 합숙생활을 했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한 방에 모여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도 하고. 또래배우들이 함께 참여하는 영화라는 즐거움을 누렸다. 대본에 없는 신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솜은 정말 헌정판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아까운 장면이 많다. 영화에서 유나가 아이디어뱅크인데 실제로 이솜이 그랬다. 박혜수는 평소에도 너무 좋아했던 배우다. 연기를 하는 것도 매 순간 선택이고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담긴다고 느낀다. 재미없는 사람이 유머러스한 연기를 하면 그 사람이 재밌는 사람인지 아닌지 여실히 보이지 않나. 박혜수를 작품으로만 봤을 때는 막연히 멋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 혼자 궁금해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면서도 진실한 겸손이 공존했다. 신기했다.”

-진취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데 그 이유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내게 그런 면을 많이 끄집어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캐릭터에 끌린다. 내면이 복잡하고 깊은 사람을 연기할 때가 훨씬 더 재미있다.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하는 거라 기대에 못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부담은 없다. 작품 선택할 때는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최근에 깨달았는데 근 몇 년간은 내가 닮고 싶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연기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게 됐는데 어떤 배우였다고 생각하나.

“20대 초반에는 지금보다 패기가 있었던 것 같다. 20대 중후반이 되면서는 뭔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파악하는데 신경을 썼다.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이렇게 30대를 맞이하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약간의 뉘앙스나 감정적인 변화를 다 알고 있다고 보는데 연기자가 그걸 구현했을 때 쾌감을 느낀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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