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B·신한·NH 등 각 5억불 규모 사회적 채권발행
"ESG 채권, 빠르게 성장하지만 거품초래 주의"
한국판 뉴딜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정책'이 국내 ESG 채권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사업 규모는 총 160조원에 달한다. 그린뉴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민간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다. 관련 업계는 ESG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 규모가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국가가 글로벌 ESG 채권 발행을 선도하고 있다. 올들어 미국의 발행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유럽지역은 작년 발행금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유럽의 발행이 많은 이유는 투자자 선호로 인한 ESG 펀드수의 지속적인 증가다.

특히 유럽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의 7500억 유로(약 1030조 원)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ESG 채권 발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 충전소 등 탄소제로사회 구축을 위해 지원 조건에 ‘녹색’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ESG 채권 총 발행규모은 10월초 1조 달러를 돌파, ESG 펀드 규모와 비슷해졌다. 지난 한달 간 500억 달러 이상의 녹색채권이 발행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1년 ESG 채권 발행규모가 4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SG 채권의 종류·방식도 다양해져·

ESG 채권은 ▲친환경·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자금조달용인 녹색채권 ▲일자리창출·취약계층 등 지원을 위한 사회적 채권 ▲녹색채권과 사회적 채권의 혼합형인 지속가능채권으로 구분된다.

특히 지속가능채권 발행이 확대되고 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만 사용 가능하다. 반면 지속가능채권은 좋은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어길 경우 벌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자금사용에 제한이 없어, 유연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단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유사한 수익사용 제한이 있다.

패션명가 샤넬이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뉴패션을 선보였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샤넬은 7억 달러 규모의 ESG 채권 발행으로, 차입비용을 낮췄다. ESG 투자자의 급증으로 채권을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것이 용이해 졌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채권 발행인은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핵심성과지표(KPI)에 연계, 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채권 보유자에게 추가 금리를 지불한다. 샤넬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2031년 만기 채권보유자에게 0.75% 추가금리를 주기로 약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약 회사 노바티스는 특정국가의 말라리아 및 특정질병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지표로 18억5000만 유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ESG 채권 지표는 ▲관리직 여성의 수 ▲화석연료 투자 감축 ▲불우한 지역에서의 인력고용 ▲ESG 등급 등 다양하다.

국제자본시장협회 (ICMA)는 지난 6월 시장표준을 발표했다. ESG 채권 발행자는 협회로부터 채권발행목적·사용방법 등 적격성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발행 후에는 사용처·효과· 등에 대한 사후관리도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시장표준의 제정으로 ESG 채권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샤넬 매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시장, 거품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31억7000만 달러를 발행했다. 올해 ▲KB국민은행 ▲NH농협 ▲기업은행 ▲신한금융지주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각각 5억 달러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최근 우리은행도 4억 호주 달러(약 3270억원)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국내 ESG 채권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상장잔액은 약 69조원이다.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기업의 ESG 채권 발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SG 채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은 녹색채권이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크레딧사이트의 조쉬 올라자발 ESG·지속가능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는 녹색채권 자금이 사용되는 방식과 수익용도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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