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용덕 회장 다음달 5일 임기 만료…21일 회추위 첫 회의
국감 "경제관료 출신 인사 금융혁신 방해"
업계 "관치금융 시대에 관출신 수장 필요"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온 가운데 국회에서는 경제관료 출신 인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관치금융이 거론하며 관 출신 인사의 선출을 바라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제공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손해보험협회가 현 김용덕 회장을 대신할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경제관료 출신 인사는 금융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한 마디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관(官) 출신 수장은 필수"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관치금융 시대'에 전문성을 보유한 업계 출신 수장보다 업계의 목소리와 입장을 금융당국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김용덕 현 회장의 임기가 다음 달 5일 만료되는 가운데,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21일 첫 회의를 개최하고 후보 추천 방식과 일정 등을 결정한다.

회추위에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6개 회원사 최고경영자(CEO) 6명과 보험 학회 소속 교수 등 외부 인사를 포함해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로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사장급)과 유관우 김앤장 고문 등이 거론된다.

업계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김용덕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 회장은 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에 재직하면서 국제금융국장과 국제담당차관보를 지냈다. 이후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노무현 대통령 경제보좌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17년 11월 제 53대 손해보험협회장에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주요 현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원만하게 조율하며 업계 입장을 잘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협회장 연임 사례가 드물었음에도 김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크다는 것이 엽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다만, 국회에서는 경제관료 출신 금융기관장 선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금융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2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직 경제관료들이 능력이 있어 모셔가려고 할 수도 있지만, 금융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문제"라며 "끼리끼리 문화, 전관특혜, 낙하산 문화는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이자 특권층의 횡포"라고 밝혔다.

전문성이 부족한 경제관료 출신이 국내 금융기관 수장으로 취임, 차기 행보를 위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금융개혁을 방해한다는 이야기는 금융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재임기간 업계의 좋은 평가를 받은 김용덕 회장의 연임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제공

하지만 정부의 말 한마디에 만성적자 사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끌고 가는 손해보험업계는 당국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인사라면 관 출신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역대 손해보험협회장 가운데 민간 출신이 세 명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업계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관 출신이 유리하다"면서 "김 회장은 크게 모난 부분 없이 임기를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연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실손·자동차보험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국의 압박에 제대로 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내는 이상한 구조"라고 했다.

이어 '협회는 보험사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보험사의 출연으로 설립된 곳"이라며 "관치금융 아래 있는 상황에서 당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선출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손보사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실은 각각 2조2000억원과 1조6000억원으로 총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지난해 실손보험은 15%대, 자동차보험은 8%대 인상요인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금융당국과 협의 끝에 절반 수준으로 인상하는 데 그쳤다. 

실손·자동차보험은 보험사의 자율이지만, 정부가 보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보험사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정하는 것"이라며 "공적이 성격이 강한 실손보험과 의무인 자동차보험은 만성적자에 시달려도,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조차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 출신보다 현장 전문성을 가진 인사를 선호하지만, 시장질서 유지·자율규제 기능 등을 정책 당국과 조율할 수 있는 인사가 협회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현 김 회장은 내·외부 소통에 적극적이어서 업계 평가는 좋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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