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분기 호실적과 공격적 배당 정책에도 싸늘한 반응
최대주주 LG, 성난 주주 민심에 권리행사 부담 예상
LG화학 사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의결하기 위한 주주총회 전자투표 행사 기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주주인 LG와 소액주주의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의 주주 일부는 전지사업본부의 새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로 설립하는 것에 계속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LG화학이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벌인 노력이 주주총회 결과를 통해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19일 LG화학에 따르면 오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전지사업본부의 분할 계획 승인을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이번 주총부터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데, 투표 기간은 20일부터 29일까지다.

LG화학이 야심차게 도입한 전자투표제지만 주주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3분기 사상 최대 잠정실적 발표와 현금 배당 공시에도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아직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4일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고 3년 동안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은 전지사업본부 물적 분할에 따라 신설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산해 산출된 순이익을 말한다. LG화학은 “분할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격적 배당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12일엔 3분기 잠정 실적을 창사 후 최초로 발표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90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에서 주로 가전·자동차 내장재로 쓰이는 ABS와 PVC 등의 판매 호조로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산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전지사업부문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결과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주주들의 성난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의 댓글과 게시물은 LG화학의 주주 달래기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담겨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 회원은 “쥐꼬리 만한 배당금으로 주주 달래기라니 어이가 없다”며 “물적 분할로 입은 손실이 얼마인데 주당 1만원으로 주주들을 달랜다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도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는 “결국 회사 배만 불리고 있다”며 “물적 분할 소식과 배터리 화재로 뒤숭숭한데 우리 같은 소액 주주들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대 주주인 LG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는 LG화학의 지분 30.0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10.28%로 뒤를 잇는다.

이에 따라 LG가 어떤 쪽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물적 분할의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G가 물적 분할에 표를 던지면 적잖은 비판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돼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처음 도입하는 전자투표제에 따라 주주들의 표심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받으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글로벌 기관들이 물적 분할을 권고하고 나선 것에 소액 주주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LG에너지솔루션 분사에 찬성 의견을 냈고, 의결권 자문기관 양대산맥을 이루는 글래스루이스 역시 앞서 찬성 의견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자문기관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는 만큼 이들의 찬성 의견이 주주들의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