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왼쪽)과 해리 케인. /토트넘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어떤 선수라도 자리를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

조제 무리뉴(57) 토트넘 감독은 역시 ‘명장’이었다. 과거 자신을 두고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Special One)”라고 칭했던 무리뉴 감독은 스타 선수 조련 방식에서도 남달랐다. 걸출한 공격수 가레스 베일(31)이 2013년 5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친정팀에 돌아왔지만, 화려한 복귀식은 허용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19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 경기 무승부(3-3) 후 “선발로 내보내지 않은 건 좋은 결정이었다”며 베일에게 동기부여했다.

◆최고 듀오로 떠오른 ‘손흥민-케인’

벤치에서 출발한 베일은 후반 27분 스테번 베르흐베인(23) 대신 투입돼 토트넘 복귀전을 치렀다. 베일(영문 이니셜 B)과 손흥민(S), 해리 케인(K)을 묶은 이른바 ‘KBS 라인’이 처음 가동됐지만 기대만큼의 시너지는 보이지 못했다. 기존 ‘손흥민-케인’ 듀오만 빛을 발했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올렸다. 경기 시작 45초 만에 케인이 건네준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달려들며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4라운드에서 멀티골을 작성했던 손흥민은 두 경기 연속 득점으로 리그 7호골(공동 1위)을 작성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 예선 득점까지 더하면 시즌 8호 골이며 EPL 개인 통산 60호골이다.

케인은 2골 1도움을 폭발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EPL 통산 28골을 합작했다. 둘은 구단 선배 테디 셰링엄(54)-대런 앤더튼(48) 듀오의 27골을 뛰어 넘었다.

EPL 통틀어서는 역대 4위에 올랐다. EPL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듀오는 첼시 출신인 디디에 드로그바(42)-프랭크 램파드(42)다. 둘은 36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아스널 출신 티에리 앙리(43)-로베르트 피레스(47), 맨체스터 시티 출신 세르히오 아게로(32)-다비드 실바(34)의 29골이다. 손흥민과 케인은 최고의 듀오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팀 결과에 낙담했다. 승점 3을 얻을 자격이 충분했다. 막판 10분 전까지는 경기를 잘했다. (동점을 허용해) 정말로 충격적이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물론 이런 게 축구다.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라며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집중을 해야만 한다. 이런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가레스 베일. /토트넘 페이스북

◆베일에 싸인 베일의 임무

19일 기준 승점 8로 6위인 토트넘이 보다 강력한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손흥민-케인의 조합에 베일의 위력까지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전 추가 시간 베일이 케인과 호흡을 맞춰 왼발 슈팅을 때린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현지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 평점에서도 베일은 6점을 받는 데 그쳤다. 스카이스포츠 역시 케인(8점), 손흥민(7점)에 이어 6점을 부여했다. 움직임과 슈팅이 세밀하지 못하고 무뎠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토트넘에 합류할 때 무릎 부상을 달고 온 점과 합류 후 첫 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일의 이번 부진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팀에 완벽히 적응을 마치고 경기 감각이 올라오면 경기력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그의 팀 내 임무다. 토트넘은 베일의 가세로 전술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일이 가장 선호하는 위치는 오른쪽이다. 전성기였던 레알 마드리드 시절 주로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ㆍ유벤투스), 카림 벤제마(33)와 가공할 만한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베일이 케인과 비슷한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야와 패스 능력은 발군이다. 따라서 공격 라인에서 수비수를 분산시키며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건네는 구실을 맡게 될 수도 있다.

한준희(50) KBS 축구 해설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의 손흥민의 경기력을 두고 “기량이 최고조에 올라왔다. 오프 더 볼 무브먼트와 스피드, 양발슈팅 능력, 시야와 패스 정확도까지 완벽하다”고 칭찬했다. 베일이 케인과 비슷한 임무를 맡게 될 경우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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