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무 부처 개입·감사 방해 있어…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범위 밖”
탈원전 정책 당분간 계속할 듯…與·野 공방전 예상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조기폐쇄 결정이 불합리하게 내려졌다는 논란을 낳게 됐다. 

다만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은 안전성 측면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다. 따라서 이번 감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감사원은 전날 의결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함과 동시에 공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평가에 사용토록 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돼 가동을 중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분석한 경제성 4조원을 근거로 5925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보강했고, 설계 수명을 오는 2022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정권이 바뀌고, 한수원은 지난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당시 한수원의 조기폐쇄 의결 근거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월성 1호기의 낮은 경제성’이었다. 하지만 감사 결과 한수원이 근거로 내세운 A회계법인의 용역보고서는 전기판매량과 판매단가를 각각 한수원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산정한 것이었다.

더불어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에 따라 감소하는 발전소의 비용을 적정치보다 낮게 책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월성 1호기의 폐쇄를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 직후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산업부 직원들도 이에 따라 한수원이 즉시 가동 중단 외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못하게 하고, 즉시 가동 중단에 유리한 평가가 나오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혐의도 드러났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받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어려웠다”고 했다.

이러한 정황에 따라, 감사원은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감사 자료를 인사자료에 활용하도록 당국에 통보키로 했다.

文정부, 탈원전 기조 이어갈 듯…감사원 “조기폐쇄 타당성 판단 못해”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판단은 불합리하지만 종합적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된 조기폐쇄의 타당성은 감사 범위 밖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은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직접 고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정책결정의 당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이사들에 대한 배임혐의 해당 여부에 대해서도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들이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 대상자들에 대한 직접 고발 등의 징계는 취하지 않았지만 문책대상자들에 대한 참고자료를 수사기관에 송부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결정을 유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시민단체의 탈원전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는 발전용 원자로의 영구정지를 위한 조항은 있어도 영구정지된 발전용 원자로의 재가동을 위한 근거 조항은 없다.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려면 한수원 이사회가 재가동을 의결하고 원안위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해야 하지만 심사가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인 2022년 11월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불어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서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월성1호기 폐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면대결 예상…與 “탈원전 계속” vs 野 “원점 재검토”

감사원이 절반이지만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타당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국회에서의 여·야 간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성 검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안전성 등을 감안하면 조기 폐쇄 결정 자체는 정책적인 판단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은 감사원 발표에서 지적한 정부 및 여권의 감사 방해 공작 등 각종 의혹을 그냥 두고볼 수 없다는 입장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이번 폐쇄 결정 과정에는 청와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한다”며 “폐쇄 결정 과정 중 불법 뿐 아니라 감사 과정 중 방해와 증거인멸 등에도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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