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낸드 사업 확대 의지 강조, 기업가치 100조원 목표
삼성 '하만' 인수보다 더 큰 금액으로 낸드사업 투자 나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SK하이닉스가 인텔(Intel)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인수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NAND) 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Dalian) 팹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다. 인수 대상에 인텔 옵테인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부문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3.8%로 1위이며, 키옥시아(17.3%)와 웨스턴 디지털(15%)이 2위와 3위, 인텔(11.5%)과 SK하이닉스(11.4%)가 나란히 4위와 5위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메모리 반도체 사업군 간의 균형 확보 및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CTF(Charge Trap Flash) 기반 96단 4D 낸드(2018년)와 128단 4D 낸드(2019년)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괄목할 만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SK하이닉스는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이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SK하이닉스의 37년 역사에 기록될 매우 뜻 깊은 날”이라며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 목적과 비전에 대해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다소 시작이 늦었지만 구성원의 집념으로 세계 최초 제품을 연이어 개발하는 저력을 선보였다”면서도 “후발 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고, 업황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특성 또한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앞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은 SSD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사장은 3년 뒤인 2022년에 사업 안정성을 높여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기업가치 100조 원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D램 사업만큼 낸드 사업이 성장한다면 기업가치 100조원이라는 목표 달성은 반드시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사장은 “우리에겐 D램과 낸드 두 축이 굳건히 자리잡고 CIS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도 확장해 지속 성장하겠다는 꿈이 있다”며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해가자”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부담에 따라 악재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사업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사옥 /SK하이닉스 제공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2017년 낸드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옛 도시바(현 키옥시아)에 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또 10조원 넘는 돈을 수익도 별로 나지 않는 낸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봤다.

반면 SK하이닉스가 그 동안 최대 약점으로 거론돼 왔던 eSSD 분야에서 일거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애매한 5위 자리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인텔의 낸드 중국 다롄 낸드 생산시설 약 8만장(80K)과 관련 지식재산권(IP), SSD 기술 경쟁력 등을 즉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SK하이닉스 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낸드 사업부가 적자 상황인 것과 달리 인텔 대련 팹은 흑자 기조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인수 건은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80억 달러·약 9조1200억원)을 뛰어넘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면서 SK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용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최 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SK머티리얼즈, 2017년 SK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생산 수직체계를 갖췄다. 또 2018년엔 옛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성공하며 안정적 사업 환경을 갖추는 등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도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시장 안정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배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