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식 대주주 과세요건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가 국내 증시 투자자에 대한 대주주 과세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과 일부 여당 의원까지 합세하면서 주식투자자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국내 상장사의 대주주 요건을 코스피 기준으로 지난 2018년 15억원, 올해 10억원, 내년엔 3억원으로 점차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상장사 대주주에 포함되는 투자자는 주식 양도차익의 22∼33%(지방세 포함) 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해야만 한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주주 요건에 해당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연말이 다가올수록 개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 등 다른 투자대상과 비교할때 3억원 기준은 너무 과하단 지적도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고 종목별 주식 보유 물량을 따질 때 가족 보유 물량을 모두 합쳐서 따지는 '가족 합산' 방식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야당 의원 1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추 의원은 "과도한 양도세 부담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법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대주주 가족 합산 원칙에 대해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보유주식 등을 합산하는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납세자가 과세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납세편의를 도모하고 과세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과 관심을 자본시장에 보내기 위한 노력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3억원 과세 금액 기준을 고집하는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주식에 투자 중이라는 국민 3분의 1을 투기꾼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 대우해야 한다"며 "내가 내는 세금이 자랑스럽고 납득할 수있을 만큼 합리적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재부는 엘리트 의식과 무오류성에 갇혀 국민의 절규를 외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 역시 “반드시 대주주 자격 완화가 유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금융세제와 관련한 정부 계획은 모든 게 2023년으로 맞춰져 있는 만큼 2년 유예해서 과세정책을 합리화시킨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그래야만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자본시장 활성화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기만 하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지 않고 현행대로(10억원)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 밝혀온 정부(기재부)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앞선 국정감사 자리에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는 방침이 "2017년에 결정된 것"이라고 밝히며 현재 정부의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주주 요건 강화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홍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주주 요건 3억원 조건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린 이는 "대주주 3억원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대주주 3억원이 시행된다면 주식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이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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