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변화로 금전적 피해 막중해 ESG 관심 급증
미 대선결과, ESG 향방에 큰 영향 미쳐
캘리포니아 산불 사진=연합뉴스 제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의무종목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스템에 가장 큰 리스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 산불, 홍수 등이 경제에 끼치는 금전적 손실이 엄청나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피해는 심각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 대선결과가 ESG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의 정책이 트럼프에 비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의 복귀를 선거공약으로 약속했다. 트럼프 기간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기후 변화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큰 리스크라는 판단아래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을 촉구했지만, 그 실행력은 미미했다.

반면 유럽의 국부펀드와 공적연기금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대상기업에서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을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 세계적 자산운용사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엘지아이엠(LGIM)은 최근 보유중인 1000개 기업에 대한 기후등급을 발표하고 엑손모빌·호멜푸즈·크로거·시스코·메트라이프 등을 ‘기후 느림보’로 지칭했다. 엘지아이엠은 1조50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약 3분의 1이 인덱스펀드다.

이 자산운용사는 기업이 기후등급에 대한 개선조치가 미흡할 시, 지속가능펀드를 포함한 모든 재량 펀드에서 처분할 예정이다. 인덱스펀드와 같이 매각 할 수 없는 경우, 주총에서 이사회의장·이사에게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과 알리안츠그룹은 향후 5년간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을 29% 감축하는 목표를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제로사회를 만들 계획이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0%를 생성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배출제로를 약속했다.

 

국민연금, ESG 투자 59%(약 450조원)로 확대

컬럼비아 로스쿨 소재 글로벌시장·기업오너십센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 위험은 투자자와 기업 이사회의 핵심 관심사다. 설문조사에서 기업 이사의 60% 이상과 투자자의 70% 이상이 기후 위험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은 ESG 분야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이다. 국민연금이 이제야 ESG를 투자의 중요 지표로 삼기로 했다. 전체 운용 자산(약 752조원)의 4% 수준인 ESG 투자를 내년까지 59%(약 450조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관계자는 올해 말 이에 대한 세부기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 하지만 시장관계자는 결국 이들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공단 사옥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내투자자, 포트폴리오에 ESG 포함 적극 고려해야

ESG 투자 목표는 ▲위험 관리 ▲투자 가치 ▲지속 가능한 투자성과 추구 등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다. 일부 시장전문가는 조만간 ESG가 투자자 포트폴리오의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는 ESG 정보의 부정확으로 개별종목이나 펀드 투자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ESG ETF(상장지수펀드)의 이점과 전략을 활용,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향상시키거나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투자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ETF를 통해 ESG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다. ESG ETF는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 탁월하다. 미국에서는 ESG ETF의 평균 비용은 적극적으로 관리되는 ESG 뮤추얼 펀드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증시의 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 ▲iShares MSCI KLD 400 Social ETF▲FlexShares STOXX 글로벌 ESG 임팩트 인덱스 펀드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국내 ESG 펀드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SG 펀드의 일종인 SRI(사회책임투자) 운용 펀드는 지난 16일 기준 42개이며, 설정액은 지난해 말 3176억원에서 4751억원으로 약 50% 증가했다.

하지만 ESG 펀드가 대형기술주·성장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스닥이 지난달 약 12%(최고점대비 최저점) 떨어졌을 때, ESG 펀드가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뱅가드 ESG 미국주식 ETF’와 ‘iShare ESG MSCI USA ETF’는 약 10%씩 하락했다. 이는 ESG 펀드가 저탄소 배출기업인 기술주의 편입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SRI 펀드는 ESG 평가지표의 미비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IT·4차 산업혁명 등 테마 펀드들과 자산 구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SRI 펀드인 ‘마이다스 책임투자증권 투자신탁(주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설명서만으로 펀드의 ESG 수준을 판단하기 쉽지 않으니 세부사항의 점검 및 다른 소스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광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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