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토론회 개최… "꼬리자르기 두고 볼 수 없어"
'1호 법안 채택' 정의당 비롯 민주당도 입법 시동
경제계 "기업 경영활동 위축시킬 수 있어… 사후 처벌 위주보다 안전 매뉴얼 보급해야"
26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손익찬 변호사(가운데)가 고 김태규 산재사망 다시보기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인 정의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큰 틀에서 동의 의사를 밝힌 가운데 경제계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6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었다면? 판결 다시 보기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사 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청년 노동자 고(故) 김태규 씨 산재 사망사고와 더불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유성기업 고 한광호 조합원 등의 판결문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 김태규 씨 산재 사망 판결 관련 발제를 맡은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와 법인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법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명목적인 권한위임 뒤에 숨어서 실제로 권한을 행사하고 문제가 터지면 꼬리자르기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걸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나 공무원의 경우 당장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침묵한 경우 등 회색지대에 있는 경우에는 그 행동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나 비난 가능성을 검토해 처벌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의당이 이번 제21대 국회에 내놓은 1호 법안이다. 사망사고 등의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는 위험방지 업무에 소홀하도록 지시한 경영 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 등에 재해 사고를 입증하게 하는 조항도 포함돼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포함한 정의당 의원 6명은 지난달부터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연이은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와 더불어 건설업계 등에서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따르면 ‘안전한 일터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동의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정의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계속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인 시위 30일을 맞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이 거세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와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또한 지난달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희생된다”며 “그런 불행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라며 동의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5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사업주 처벌 형량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올해 1월 사업주 처벌 수위를 강화한 개정안을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또 도입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 사망사고를 초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돼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될 경우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시 3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되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사후 처벌 위주의 산업 안전 정책보다는 안전 규제 체계를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 매뉴얼을 적극 보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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