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가수 유승준(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에 대한 입국 금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유승준이 이에 SNS를 통해 직접 항의했다.

◆ “한국 가고파” vs “비자·입국 NO”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계속 돼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법원판결 후) 다시 이 사안을 검토했다”며 이런 입장을 내놨다.

이어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추가 질의에 “그런 판단하에 다시 비자 발급을 허용치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법원에서) 꼭 입국을 시키라는 취지에서가 아니고 절차적인 요건을 다 갖추라고 해서 외교부의 재량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대법원 승소 판결에도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이 다시 비자발급을 거부하자 최근 재차 소송을 냈다.

앞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무청 입장에서는 (유승준의)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승준은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997년에 데뷔를 해서 2002년 초까지 활동했다. 5년이라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정말 분에 넘치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땀 흘리고 노력하는 모습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랑과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2002년 2월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가 미국 시민권을 선택한 대가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병역기피자라는 낙인과 함께 무기한 입국 금지 대상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에 입대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데뷔 때부터 이미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간 영주권자였고, 그 무렵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으면 영주권마저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유승준은 “병역 의무를 파기함으로 대중들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 줬다. 팬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현실적인 실리를 선택한 비겁한 행동이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며 “적어도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다. 내가 내린 결정은 합법적이었으며 위법이 아니면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군에 입대하거나 복무 중인 젊은 청년들 대다수가 저를 모르는 세대들이다. 나는 이미 잊혀도 한참 잊힌, 아이 넷을 둔 중년 아저씨에 불과하다”라며 입국 허락을 달라고 호소했다.

유승준( 스티브 승준 유)이 강경화 법무부 장관의 입장에 직접 항의했다. / 연합뉴스

◆ 관광비자 입국 가능?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국적 취득 직후 미국인 여권으로 90일간 무비자 단기 체류를 이용해 입국하려다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무청의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최근 대법원판결 소식에 많은 이들은 유승준이 관광비자를 신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F-4 비자를 신청한 이유를 둘러싸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일 열린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에서 유승준 측 대리인은 법적으로 병역 기피를 한 것이 아니며 비자 발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LA 총영사관 측은 유승준이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는 찾는데 F-4 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LA 한국 총영사관 측 변호인은 유승준이 F-4 비자를 신청한 것과 관련 "F-4 비자는 사실상 비자 중에 가장 혜택이 많은 비자다. 원고가 신청할 수 있는 비자가 그것밖에 없는 게 아니다. 관광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원고가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찾고 그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면 관광비자로 충분히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유승준 측 변호인은 “F-4 비자를 신청한 것은 법률적인 관점에서 신청하게 된 것”이라며 “원고가 무비자로 입국하려고 했다면, 당연히 입국 거부가 됐을 것이다. 비자를 신청해서 거부 처분이 있어야만 법률적으로 다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승준이 F-4 비자를 취득하려는 이유가 세금감면 혜택이나 한국에서의 영리 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유승준 변호인은 “원고가 F-4 비자를 취득하려고 하는 것이 영리 목적이나 세금 때문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관광비자가 아닌 재외 동포만 신청할 수 있는 F-4 비자를 신청했다 거부당했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기에 법적 다툼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한편, 유승준은 2002년 입대 전 출국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병무청은 법무부에 그의 입국 금지를 요청해 입국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행정 소송을 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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