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분기 GDP 성장률 1.9%…제조업 분야 수출 회복
“방심은 금물…‘V자 반등’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부산신항.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치룬 국내 산업계의 선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수요 급감으로 인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다양한 출구전략을 모색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직전분기 대비 1.9%로 집계됐다. 앞서 1분기(-1.3%)와 2분기(-3.2%)가 각각 역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2분기 성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이러한 반등은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여 가능했다.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5.6% 증가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4.1%포인트에서 3분기 3.7%포인트로 급등했다. 수입에서도 원유, 화학제품 등을 위주로 4.9%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6.7% 늘었다.

업종별 생산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 7.6%, 0.7% 성장했다. 철강과 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 역시 최근 비교적 선방한 3분기 실적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6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실적을 나란히 발표했다. 현대차는 영업손실 3138억원, 기아차는 영업이익 1953억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는 적자전환,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33.0% 감소했지만 2~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품질비용이 일회성으로 발생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오히려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완화하면서 선진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대규모 품질비용이 발생했지만 상품성을 인정받은 고수익 신 차종 및 RV 판매 비중 확대와 고정비 축소를 위한 전사적 노력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최소화했다”며 “해당 품질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연합뉴스

자동차의 글로벌 수요가 회복세를 타면서 관련 산업인 철강과 화학 등도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619억원, 매출 6조57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60.4% 매출은 14.9%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한 후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우선 철강부문의 생산·판매량이 코로나19 이전수준으로 회복돼 고정비 부담을 덜었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도 석탄 가격이 하락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포스코의 제품 판매량은 2분기(776만t)보다 113만t 늘어난 889만t을 달성했다.

화학업계에선 LG화학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화학의 매출은 7조5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021억원으로 무려 137.2% 성장했다. 전지사업부문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석유화학부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영업이익 7216억원, 전년 동기 대비 124.7% 증가).

삼성그룹 계열사도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동반 상승 중이다. 지난 10월 8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12조3000억원, 매출은 66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1%, 6.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영업이익 2198억원, 매출 2조9682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호조에 힘입어 물동량이 증가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기는 매출 2조2879억원, 영업이익 3025억원을 기록했다.

산업계가 연달아 개선된 실적을 내놓으면서 4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방심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반등했지만 GDP 레벨(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작년 4분기 추세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한 만큼 ‘V자 반등’이라고 말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3분기 1.9% 반등으로 연간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1.3%)를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최근 4분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추세라 이런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아직 연간 성장률은 전망치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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