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왼쪽).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불혹을 바라보는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노쇠를 모르는 ‘수위타자’ 최형우(38ㆍKIA 타이거즈)의 마지막 불꽃이 뜨겁다.

최형우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4-3 승리에 이바지했다. 

0-1로 뒤진 1회말 역전 투런포를 때렸고, 2-1로 앞선 6회 1사 1루서 안타로 나지완의 희생플라이를 뒷받침했다. 3-3으로 맞선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다시 안타를 치며 24일 광주 삼성전 이후 3경기 만에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최형우는 타율을 0.350에서 0.353(518타수 183안타)으로 끌어올리며 타율 1위로 올라섰다. 타율 1위를 지키던 멜 로하스 주니어(30ㆍKT)는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0.350으로 떨어졌다.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은 3타수 1안타로 0.349를 유지했다.

8월 31일 타율 0.333으로 이 부문 6위를 기록했던 최형우는 9월 이후 타율 0.388을 찍었다. 이 기간 리그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왕 싸움에 뛰어들었다. 최형우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0.432(37타수 16안타)에 이른다. 타율 상위권에 올라 있는 타자 중 타격감이 가장 좋다. 아울러 KT와 롯데는 2경기가 남았지만 , KIA는 3경기를 남겨둬 로하스와 손아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최형우는 “타율 1위에 올라서 기분이 좋다. 이전까지는 타율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동생들이 계속 챙겨주긴 했는데 마지막 5경기가 남았을 때까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의식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5경기가 남은 시점부터는 욕심이 생겼다. 아직 끝난 게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욕심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생애 두 번째 타격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2016년 타율 0.376을 올려 1위에 올랐다. 그는 "타격왕을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금도 가운데와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4년이 지났지만,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홈런 페이스도 뜨겁다. 최근 10경기서 5홈런을 몰아쳤다. 최근 5경기에서 3번 아치를 그리면서 28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114타점을 올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거포의 상징인 30홈런-100타점도 달성할 수 있다. 최형우가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건 삼성 시절인 2016년이 마지막이다. 남들은 은퇴를 바라볼 나이에 최형우는 KIA 이적 후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는 "홈런 페이스는 제가 생각해도 미친 것 같다. 신기하다. 저 자신한테 놀랍다. 타율이야 하던대로 안타를 치면 되는데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저도 놀랍다. 따로 변화를 준 건 없다. 운이 따른 것 같다"면서 "마지막에 와서 꾸준하게 타격감을 유지한 건 몇 차례 기억에 있는데 홈런이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오늘 홈런을 쳐서 30홈런이 보인다. 여기까지 왔으니 30홈런도 욕심을 내보겠다"고 강조했다.

“30홈런과 타격왕 중 어떤 것이 더 욕심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30홈런도 좋지만, 그래도 타격왕이다. 타격왕은 1등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최형우. /OSEN

최형우는 올 시즌 KIA가 치른 141경기 중 138경기에 출전했다. 잔부상에도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으며 팀 타선을 지탱했다. 이날도 최형우는 손목에 아이싱을 하고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매일 최형우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타격왕을 앞둔 상황에선 최형우 본인에게 모든 걸 맡긴다”라며 “최형우는 항상 뛰고 싶어한다. 쉬고 싶다고 하지 않는다. 라인업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코칭스태프도 최형우가 라인업에 들어가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지명타자로 출전한 효과를 봤다”고 운을 뗀 최형우는 “체력적인 부분에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없었다. 타석에서 편안하게 쳤던 것 같다”고 했다.

후배들의 훌륭한 멘토 노릇도 하고 있다. 평소 최원준 등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건넨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는 어린 선수들의 훌륭한 롤 모델"이라며 "올 시즌 손목과 허리 통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풀 시즌 동안 팀을 훌륭하게 이끌어 왔다"고 높게 평가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느냐”고 묻자 최형우는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말해요”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처음 KIA에 왔을 때는 후배들이 저를 어려워했는데 지난해부터는 편해지니까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것 같다. 타격, 마인드컨트롤 등과 관련된 조언을 해준다”고 전했다.

광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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