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김희선에게 '앨리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데뷔한 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1인 2역이었고 SF 장르였기 때문. 20대와 40대를 넘나들며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고 액션까지 선보여야 했지만 안정적인 감정선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 종영한 SBS '앨리스'는 죽음으로 인해 이별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극 중 김희선은 천재 물리학 교수 윤태이와 모성애를 지닌 시간 여행자 박선영으로 분했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 김희선은 "다 잘하고 싶은데 허점이 보이면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밝혔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감독님을 믿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 SF 드라마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걸 보여드리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떨어졌다 CG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특히 선영과 태이가 한 화면에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어떻게 해야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 여러 인물이 시공간을 오가는 게 다소 복잡하기도 했는데.

"복잡하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평행세계 역학이나 양자역학 같은 것들은 말만 들어도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앨리스'는 큰 틀로 봤을 때 모성애를 비롯한 휴머니즘이 담긴 드라마다."

- 정말 진겸(주원)에 대한 모성애 연기가 돋보였다.

"모성애는 언제 들어도 참 가슴 찡하고 짠하다. 실제로 주원만큼 큰 아들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의 모성애는 누구나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영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주원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을 때도 있었다."

- 1인 2역을 소화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선영과 태이가 함께 나오는 신을 촬영할 때가 어려웠다. 선영에게서 태이가 보이면 안 되고 태이에게서 선영이 보이면 안 되니까. 여건상 어쩔 수 없었지만 시간이 있었다면 더 잘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두 인물을 같이 연기하다 보니 대사량이 만만치 않았다. A4용지 세 장을 한꺼번에 외워야 할 때도 있었다."

- 물리학 교수 역할 대사도 어려웠을 것 같다.

"사실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하지는 못했다. 유튜브를 보고 사전에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천재 물리학교수의 대사라는 건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보면 볼수록 더 헷갈렸다. 대사를 외우다가 원리가 뭔지 궁금해하기 시작하면 밤을 새야 해서 그냥 대사를 통째로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부터는 천재 물리학 교수 역할은 안 할 생각이다(웃음)."

- 아쉬웠다고는 하지만 호평이 많았는데.

"대부분 내가 봐도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리뷰를 찾아봤다. 좋은 리뷰를 보면 '정말 잘했나?'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니까. 전체적으로 만족하지는 않지만 어떤 한 컷이나 0.01초의 눈빛 같은 찰나가 마음에 들 때는 있었다. 하지만 후회가 더 많이 남는 작품이다."

- 액션신은 어땠나.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 그냥 손을 뻗었을 뿐인데 효과음까지 넣으니 정말 멋있게 보이더라. 깜짝 놀랐다. 간혹 남자 배우 중에 액션 욕심내는 분들이 있는데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 만약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웃음)."

- 그럼 차기작은 액션인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역량이 더 넓어졌다고 말해주는 게 이전에 하지 않았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장르나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앨리스'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27년간 활동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사랑받고 관심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다. 대중에게 사랑받고자 하면 오히려 멀리 도망가는 것 같다. 그래서 그저 지금의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해 오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는 거지 관심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

-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실 대중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오래 할 수 없는 것 같다. 조금 식상한 대답이지만 좋게 봐주는 시청자나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확연한 목표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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