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지율 30% 돌파…민주당 지지층·호남 지지 상승세
4월 보궐선거 결과·약한 당내 기반·與 물밑 대권주자들 변수
지난달 2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차기대선 주자 선호도 단독 1위를 굳혀가고 있다. 한때 여야를 통틀어 정치권에서 '맞수'가 없다고 평가받았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친 것은 물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양자대결에서도 여유있게 우위를 점했다.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의 지지율은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 속에서 오는 4월 치러질 보궐선거 이후 판도가 중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25~29일 조사(2529명 / 응답률 4.4% / 95% 신뢰수준 ±1.9%p) 하고 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총장을 따돌리고 단독 선두(23.4%)에 올랐다. 매월 진행되는 이 조사에서 이 지사의 단독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2위를 차지한 윤 총장(18.4%)은 5.5%포인트 빠지며 다시 10%대로 주저 앉았다. 이 대표(13.6%)는 4.6%포인트 하락하며 3위로 밀렸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월간 추세 / 리얼미터 제공

이 지사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거의 모든 계층에서 고루 상승했지만 특히 민주당 지지층과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율 쏠림 현상이 눈에 띈다. 이 대표를 지지하던 상당수가 이 지사에게 쏠렸다고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는 11월 45.2%에서 12월 40.7%로 조금씩 하락하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27.1%로 급락했다. 이 대표가 확실히 강세를 보이던 광주·전라 지역도 이번 조사에서는 이 지사와 이 대표가 오차범위 내 접전(이재명 22.1%·이낙연 21.2%)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 리얼미터 제공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이 지사가 독주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진다.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세계일보 / 26~28일 / 1010명 /  응답률 10% / 95% 신뢰수준 ±3.1%p) 에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윤 총장은 17.5%, 이 대표는 13.0%로 뒤를 이었다. 이 지사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49.2%)과 정의당 지지층(43.0%)·무당층(27.6%)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여론조사(엠브레인리퍼블릭·뉴스1 / 25~26일 / 1008명 /  응답률 18.2% / 95% 신뢰수준 ±3.1%p)에서는 양자 가상대결에서 이 지사(45.9%)가 윤 총장(30.6%)을 크게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대표(34.8%)와 윤 총장(33.8%)의 양자 가상대결은 오차범위에서 접전이었다.

차기대선 출마가 유력한 이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지사가 독주 체제를 굳힐 조짐을 보이자 견제에 들어간 형국이다. 이 지사가 추진하는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두고 이 대표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비꼬았고, 정 총리는 "(재난지원금은) 차등 지원이 옳다"는 소신을 유지했다. 정 총리의 최측근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포퓰리즘 논쟁은 중지하자"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지사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한 셈이다.

이러한 견제 속에서도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오는 4월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꿔 말해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이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지 여부가 독주체제 유지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잠룡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이 대권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1일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3강에서 (이재명 지사) 독주로 (흐름이) 간 것으로 봐야 하고 (이낙연 대표뿐만 아니라)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도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4월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소장은 "사실상 이미 대선체제로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하는데 아직 여야에서 (이 지사·이 대표·윤 총장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부각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권에 의향을 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선언을 할 것 같다. 그 속에서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선거를 이끈 이 대표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선거승리를 동력 삼아 이 지사와 양강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보궐선거까지 이어진다면 그만큼 지지층이 견고해져 이 대표가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공존한다.

다른 변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이 지사의 당내 기반이다. 때문에 이 지사가 대선경선까지 이 대표와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하면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리당원들의 지지세가 표면화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30%를 돌파한 지지율도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도 당과 접촉면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방송 인터뷰에서 "여의도 (중앙정치)와는 거리를 두려 한다"고 말했던 이 지사는 최근에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민주당 의원 50명이 공동 주최하는 경기도 기본소득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1강 체제'를 구축한 이 지사가 '세(勢) 과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역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실시됐던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적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예고없이 치러졌던 지난 19대 대선을 제외하면 '대선 1년 전 여론조사'가 적중했던 사례는 18대 대선 (박 전 대통령)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 1년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로 단독 선두를 유지했고 결국 당선됐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은 1년 전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30%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40%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총재의 지지율은 대선이 열린 2002년 초반에는 50%까지 올라 청와대 무혈입성 예측이 나왔을 정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당시 박찬종 신한국당 후보가 1위였으나 이후 '노동법 날치기 국회 통과' 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면서 중도 낙마했다. 박찬종 후보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회창 총재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이은영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고정지지층이 있는 상태에서 당내 경쟁자가 없던 상황이기에 지지율이 변동할 변수가 많지 않았다"며 "이 지사는 권리당원 지지 여부가 남았고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여권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당내 경선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지지율이) 변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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