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솔린차, 미국 따르는 국내 규제 탓에 도입 어려워…디젤은 거의 유럽산"
그룹 계열사 가솔린 모델, 유럽서 들여와 국내 판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지난달 29일 진행한 티록 출시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수입차의 대중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선 업계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대부분이 국내서 판매하는 디젤 차량의 비중을 줄이고, 가솔린과 전기차의 비율을 늘리는 반면, 폭스바겐은 꾸준히 디젤차량 일색의 라인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는 친환경 모빌리티를 지향하는 업계의 트렌드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권리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는 ‘땡처리’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엄격한 국내 규제를 탓하는 등 엉뚱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수입차 중 디젤 차량 판매 비중은 2015년 68.9%에서 지난해 27.7%까지 감소했다. 가솔린과 전기 차량은 같은 기간 31.2%에서 72.3%로 늘어났다. 글로벌 시장 역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 등을 통해 탄소 중립과 전동화에 힘을 싣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지난달 29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록을 출시했다. 티록은 2017년 유럽 시장에 출시한 뒤 전 세계적으로 50만대 이상이 팔린 인기 차종으로,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티구안의 동생격 차량으로 불린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국내 출시한 티록에 2.0ℓ TDI엔진을 적용했다. 티록은 해외 시장에서 가솔린 모델로 1.0ℓ, 1.5ℓ, 2.0ℓ 등 3종, 디젤 모델로 1.6ℓ와 2.0ℓ등 2종을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 출시한 모델은 2.0ℓ 디젤 모델이 유일하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광진구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7세대 제타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 제공

폭스바겐은 국내 출시한 거의 모든 차량에 디젤 엔진을 넣어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제타의 7세대 모델만 유일하게 1.4ℓ 가솔린 엔진을 넣어서 판매하고 있다. 이어서 출시한 파사트 GT 역시 디젤 엔진만 적용해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차량의 약 80%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전기에 집중된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파워트레인별 판매량 역시 가솔린 5만7575대로 75%로 압도적이었지만 디젤은 1만4178대로 18%에 그쳤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가솔린 모델에 대해선 미국 규제를 따르고, 디젤은 유럽 기준을 따른다”며 “국내 도입한 제타는 북미형 모델 미주 쪽에서 생산하는 모델이라 가솔린으로 출시한 것이고, 티록은 디젤과 가솔린 모두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그룹에 속해 있는 아우디는 유럽에서 생산한 가솔린 차량을 국내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A3·A4·A5·A6·A7·A8 L·S8 L 등 7종은 모두 독일에서 가솔린 차량을 생산해 국내 시장에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계열사 역시 가솔린 모델을 독일 등 유럽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역시 2030년까지 디젤게이트 수습과 자율주행·전동화를 위해 약 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다만 그동안의 주력 모델이 디젤 차량에 치우친 만큼 당분간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디젤 차량 중심의 라인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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