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LG 감독.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류지현(50) LG 트윈스 신임 감독은 잠실구장 감독실 한쪽 벽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사자성어를 적은 액자를 걸어놨다. 이는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류지현 신임 감독은 지난해 11월에 열린 취임식에서 야구관에 관한 질문에 이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류 감독은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 중인 2021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이청득심’을 실천 중이다. 매일 저녁 식사 후에 열리는 ‘소통의 시간’이 대표적이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 위해 따로 시간을 마련했다. 매일 선수들과 직접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선수들은 먼저 손을 들고 가감 없이 의견을 낸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벽을 허무는 유익한 시간이다. 류 감독은 투수조와 나눈 수비 시프트 토론회를 예를 들며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벤치의 생각대로만 움직였다면 안됐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LG의 막내급 투수 정우영(22)은 “보통 어린 선수들은 감독님이 어려울 수 있는데 우리 감독님은 먼저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있다”며 “선수들과 소통하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전했다.

류지현(오른쪽) 감독이 펑고를 치고 있다. /LG 제공

류 감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출신 지도자다. 하지만 그에게서 권위 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 수비 훈련 때는 직접 배트를 들고 ‘펑고(야수의 수비 연습을 위해 공을 쳐주는 일)’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실내연습장, 배팅 훈련장, 불펜 등을 쉼 없이 오가며 매의 눈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살핀다.

공식적인 일과가 끝난 뒤에도 류 감독은 쉬지 않는다. 훈련을 마친 후에는 소통의 시간을 통해 선수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코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저녁 식사 전 짧은 낮잠을 청할 때가 하루 중 유일하게 야구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이다. 숨가쁜 일정을 소화 중인 류 감독은 “감독이 된 뒤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웃었다.

휴식일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다. 류 감독은 1군 휴식일에 2군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강릉으로 이동한다. 2군 선수들을 살펴보고,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해주기 위해서다. 지난 4일 2군 캠프를 찾았을 때는 이번 겨울 상무야구단에 지원했다 떨어진 김대현(24)과 투수 이상영(21), 외야수 이재원(22)과 직접 면담하며 상실감이 컸을 이들을 다독였다. 류 감독은 이날 일대일로 면담한 김대현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하더라. 상무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12월과 1월에 준비를 잘했다고 한다. '올해 야구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하는데 눈빛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류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지만, 초보 같지 않은 감독이다. 작전, 주루, 수비부터 수석코치까지 두루 맡으면서 내공을 쌓았다. 또 1994년 입단 이후 LG에서만 28년째 선수, 지도자로 몸담으며 LG 선수들의 장단점을 상세히 파악했다. 그리고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1군 지휘봉을 잡았다. 누구보다 팀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이지만,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선수들과 코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지도자다. 류 감독의 소통 리더십은 LG를 ‘원팀’으로 만들고 있다.

LG 캠프 실내연습장에는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대신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류 감독과 LG 선수들은 한국시리즈(KS) 우승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진정한 ‘운명 공동체’가 됐다. LG팬들을 설레게 할 신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

이천=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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