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준(왼쪽)과 고영표가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다. /KT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이강철(55) KT 위즈 감독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꼽힌다.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등 통산 152승 53세이브 33홀드를 기록했다. 역대 프로야구 통산 투수 다승 3위(152승)에 탈삼진 2위(1749개)로 옆구리 투수 중에선 단연 최다다. 

코치 시절에도 사이드암ㆍ언더핸드 투수 전문 조련사로 이름을 떨쳤다. KIA 타이거즈 코치 시절엔 손영민과 유동훈(이상 은퇴)을 리그 대표 불펜 투수로 키웠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코치 시절엔 한현희(28)를 길러냈다. 두산 베어스에선 박치국(23)이 이강철 감독의 지도를 받아 성장했다.

‘옆구리 전문가’인 이 감독이 올해 콕 찍은 선수들이 있다. 주인공은 예비역 고영표(30)와 2년 차 이강준(20)이다.

사이드암 고영표는 원조 KT 에이스다. 창단 멤버로 입단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17년부터 2년간 매해 140이닝 이상씩 소화하며 KT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8시즌을 마친 뒤 수원시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한 그는 지난해 11월 소집해제와 동시에 팀에 합류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력한 5선발 후보로 꼽힌다. 이 감독은 “고영표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투수다. 볼넷이 적고, 확실한 결정구가 있어서 계산이 선다”며 “사이드암인 고영표가 연착륙하면 다양한 유형의 투수로 선발진을 꾸릴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강철(왼쪽) KT 감독이 고영표와 대화하고 있다. /KT 제공

2년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기에 공백기를 최대한 빨리 극복하는 게 숙제다. 고영표는 군 복무 중에도 쉴 틈 없이 운동했고, 휴가를 몰아 써 지난해 10월에 열린 KT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1군 풀타임 선발이라는 목표를 위해 1군 스프링캠프지인 부산 기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고영표의 열정과 성실한 훈련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해 KT에 입단한 이강준은 최고 시속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핵잠수함이다. 설악고 3학년이던 2019년 청소년대표에 뽑힐 정도로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강철 감독의 현역 시절과 비슷한 투구폼으로 팀 내에선 ‘리틀 이강철’로 불린다. 

이강준은 지난해 짧게 1군을 경험했다. 4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했다. 퓨처스(2군)에선 2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5.59의 성적을 남겼다.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강준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이강준이 한 단계 올라와 준다면 불펜에서 우타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강준을 꾸준하게 지켜보고 있다. 본인 하기 나름이지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지난해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이 상대 오른손 타자를 잘 못 막았다. 옆구리 투수인 이강준을 오른손 타자 상대 전문 투수로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잠수함 듀오’ 고영표와 이강준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의기투합했다. 이 감독이 고영표에게 이강준의 ‘1 대 1 지도’를 부탁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비시즌에 함께 훈련한 둘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소문난 단짝으로 항상 붙어 다닌다. 고영표는 “이강준이 절실해 보였고,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데도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좋은 훈련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해서 같이 운동하고 있다”고 웃었다.

두 선수는 이번 캠프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하고 있다. 고영표가 캠프 시작 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하는 최신 장비를 구매했고, 유튜브 등을 보면서 사용 방법을 익혔다. 다양한 무게의 웨이트볼과 플라이오볼을 캠프 훈련에도 활용하고 있다. 각각 무게가 다른 공을 이용해 관절 가동 범위를 넓혀준다. 고영표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강준 등 다른 투수들이 동참해 함께 훈련하고 있다. KT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전후이지만, 룸메이트인 고영표와 이강준은 2시간 전에 훈련장에 도착해 땀을 흘린다.

고영표는 “지난해 TV로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선후배들과 함께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