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코로나19 백신, 아직 초기 단계…기업·정부 협력 등 개발 노력 지속돼야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 기술 이전 및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임박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 도입이 한창인 가운데, 백신 자주권 확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가 탄생하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백신 개발은 다소 느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을 위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예상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펜데믹 극복 주도권 확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EU 등에서 사용 승인을 앞둔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을 독자적으로 생산해 국내에 공급코자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질병관리청과 백신 공급 계약을 각각 지난 16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가 개발한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의 기술을 이전 받아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생산 및 허가, 판매하는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 또 질병청과 맺은 공급 계약에 따라 기술 이전을 통해 생산된 물량 중 2000만명분, 총 4000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를 국내에 공급하게 됐다.

지난해 8월 노바백스와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한 후 ‘NVX-CoV2373’의 원액 제조 및 공정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글로벌 공급을 위한 상업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을 통한 국내 공급물량도 즉시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기술 자체를 확보해 국가적 차원에서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 국민들이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원액과 완제를 위탁생산(CMO)하는 계약도 체결해 생산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위탁 생산과 이번 기술 이전 계약 체결뿐 아니라 자체 기술을 활용한 백신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빌&멜린다게이츠재단(BMGF),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은 최근 GSK 등 글로벌 제약사의 협력 아래 고려대 구로병원 등에서 임상 1·2상에 돌입했다. GBP510은 지난해 12월 CEPI의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개발이 완료되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세계에 공급하게 된다.

이와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또 하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로 서울대병원 등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초기 단계지만 개발 박차

SK바이오사이언스뿐 아니라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모두 1상이나 1·2상의 임상 초기 단계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백신 개발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DNA 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DNA)를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우선 제넥신의 경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 가능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현재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로 처음부터 다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임상 1상을 마친 상태이며, 3월 초 2a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연내 조건부 허가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넥신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백신 후보물질을 GX-19에서 GX-19N으로 변경한 바 있다. GX-19N은 GX-19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기존 스파이크 항원에 높은 서열보존성을 가진 뉴클리오캡시드 항원을 추가로 탑재했다. 이를 통해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종에도 높은 반응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우정원 제넥신 사장은 “1,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 임상 협력도 구축할 계획”이라며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면역반응 유도 능력을 강조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아 지난해 말 첫 임상환자에게 코로나19 백신 GLS-5310을 투여했다. 앞으로 2상과 3상에 속도를 내 내년 초께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뒤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개발 중인 백신이 부작용이나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을 함유하지 않았다”며 “내년 4월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5월쯤 백신을 출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리드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유사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한 백신이다. 셀리드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에 대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개발해 임상 1, 2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며 “항체의 단기적인 예방효과와 T셀의 장기적 예방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 임상에 착수한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하반기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0일 유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 임상 1·2상을 승인했다.

유코백-19’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재조합 백신’이다. 백신의 표면항원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를 형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예방원리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미국 노바백스(3상) 등이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높은 중화항체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임상 1상을 준비 중이고, 올 하반기 중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백신 주권 확보 위해 정부 지원 필요성 ↑

업계는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개발을 먼저 했다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백신 확보 위해 후속 개발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며 “그것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약 2627억원 수준이다. 백신 임상에는 약 68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미국 정부는 화이자의 백신 개발을 위해 2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을 통해 모더나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노바백스에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존슨앤존슨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등을 지원했다.

또한 백신의 효능 지속여부와 변이 바이러스 출연 등 팬데믹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백신 주권 확보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영상간담회의실에서 ‘미래와의 대화, 코로나 클린국가로 가는 길: 국산 백신 로드맵, 코로나19 백신 자주권’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업체들이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국제적 기준을 명확하게 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정확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임상 3상에서는 5000억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이 국제적으로 임상시험을 지원해주는 펀드를 만들어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를 맡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 첫해를 맞이해 백신 자주권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변이 바이러스 등의 변수로 인해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략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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