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토종 투수의 규정 이닝 진입과 20홈런 타자 배출. 재도약을 꿈꾸는 한화 이글스가 반드시 지워야 할 ‘버킷리스트’다.

한화는 지난 시즌 팀 선발 평균자책점 5.61로 이 부문 꼴찌에 머물렀다. 2019시즌에도 이 부문 9위(4.87)에 그쳤다. 선발 이닝 부문에서도 2019년 9위(748.2이닝), 2020년 10위(701이닝)로 바닥을 찍었다.

한화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부동의 에이스 류현진(34ㆍ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빅리그로 떠난 후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투수는 손에 꼽을 지경이다. 128경기 체제이던 2013년 김혁민(146.2이닝)과 2014년 이태양(153이닝) 이후 한화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투수는 없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한화의 가장 큰 약점은 매년 토종 선발진이었다.

선발 투수들은 보통 규정이닝(144이닝) 투구를 1차 목표로 잡는다. 한화의 대표 영건 김민우(26)도 올 시즌 규정이닝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해 26경기 132.2이닝 소화해 5승 10패, 평균자책점 4.34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지난해 선발 투수로 자리잡고 올 시즌에는 데뷔 후 첫 규정이닝 달성 목표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좋았던 건 풀 시즌을 뛰었다는 것과 아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아쉽다”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안 아프고 지난해처럼 풀로 돌면서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베테랑 장시환(34)도 규정이닝 진입에 도전한다. 지난해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장시환은 26경기에서 132.2이닝을 던지며 김민우와 함께 무너진 마운드를 지탱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출전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11차례 달성했는데, KBO리그 토종 투수 공동 6위 기록이다. 올해도 한화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그는 서산 재활군에서 훈련하고 있다. 개막전 합류를 목표로 차분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현재 롱토스(60~70m) 위주로 훈련을 진행 중이며 며칠 내로 불펜 투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 노시환. /연합뉴스

한화의 또 다른 약점은 빈약한 장타력이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팀 홈런 79개에 그쳐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다. 팀 홈런 1위(187개) NC 다이노스와 100개가 넘게 차이 났다. 한화는 팀 장타율 부문에서도 0.338로 최하위에 그쳤다. 순장타율(ISO) 역시 0.093으로 꼴찌였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12홈런을 때린 노시환(21)이 유일했다. 최근 2년간 20홈런을 넘긴 타자는 2019년 이성열(21개) 한 명뿐이다. 장타 가뭄에 시달리며 2020시즌 팀 조정 득점 창출력(wRC+)는 77.0으로 평균(100)에 크게 못 미쳤다.

한화는 외인 타자 라이온 힐리(29)와 거포 기대주 노시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힐리는 빅리그 통산 69홈런을 기록한 선수다. 경남 거제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초대형 장타를 선보이며 기대를 키웠다.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2일 "힐리는 4번 타자로서 중심 타선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한국 타자들이 콘택트 위주라면 힐리는 힘 있는 타격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리도 “장타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커리어에서 계속 장타를 보여줬기 때문에 한화에 올 수 있었다. 부담보다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노시환은 올해 힐리와 함께 중심타선에 포진할 전망이다. 그는 0.220에 불과했던 타율을 좀 더 끌어올리면서 거포 본능까지 살린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홈런 숫자도 늘고, 모든 부문에서 한 단계 이상씩 성장하고 싶다. 매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올해는 더 과감한 스윙을 할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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