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송명기. /NC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오른손 영건 송명기(21)는 지난해 NC 다이노스가 발견한 보물이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9년 NC에 입단한 그는 지난 시즌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정규리그 36경기에 등판해 9승 3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하며 확실한 1군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막바지 선발 6연승을 거두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KS)에서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5차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마지막 6차전에선 4-2로 쫓기던 8회 구원투수으로 출격해 삼자범퇴로 두산의 추격을 저지하며 팀 우승의 발판을 놨다. 

누구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지난해 연봉 2700만 원을 받은 그는 올해 1억1000만 원에 계약하며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307.4%)을 기록했다.

이제 갓 약관의 나이를 넘긴 어린 선수이지만, 마인드는 베테랑이다. 송명기는 지난달 말 하남시 사랑의 열매와 출신 중·고등학교에 현금과 야구용품 총 90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선배님들이 기부하는 걸 보고 자랐다. NC에 입단해서도 좋은 일을 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동참하고 싶었다”며 "모교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기부했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일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송명기는 이번 겨울 창원의 구단 지정병원에서 스마일 라식(차세대 시력 교정 수술) 수술을 받았다. 팀 선배 구창모(25)의 영향이 컸다. 구창모는 2019년 10월 정규리그를 마친 뒤 스마일 라식 수술을 했다. 지난해 구창모는 밝아진 눈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만개했다. 정규리그 15경기에 등판해 9승 무패 1홀드와 평균자책점 1.74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출전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하는 등 1승 1패, 평균자책점 1.38을 올리며 NC의 통합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구창모는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에서 ‘라식 예찬론’을 펼쳤다. “렌즈 꼈을 때보다 확실히 편하다. 야간 경기가 많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눈이 피로했다”며 “수술을 받은 뒤에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도가 확실히 줄었다. 포수 사인도 훨씬 잘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명기도 ‘라식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운동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안경을 끼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 안경을 끼고 경기에 나설 때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안경 없이 잘 볼 수 있어서 편해졌다. 야구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송명기. /연합뉴스

지난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치를 쌓은 송명기의 몸과 마음은 한층 성숙해졌다. ‘자기주도 훈련’으로 차분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욱(47) NC 감독은 “어린 선수가 참 대단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본인 루틴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아침부터 알아서 나와 움직이고,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계획을 세운다. 지난해보다 발전한 모습이 기대를 품게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NC는 드류 루친스키(33)와 웨스 파슨스(29), 구창모(24)로 1~3선발을 구성할 전망이다. 남은 두 자리를 두고 송명기, 이재학(31), 신민혁(22), 김영규(21), 박정수(25), 김태경(20)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송명기는 선발 후보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4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재활 중인 토종 에이스 구창모의 개막전 합류가 불확실한 터라 송명기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그는 "올해는 규정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라며 "부담 안 갖고 제가 가진 능력 선에서 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오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며 "이번 캠프에서 똑같은 밸런스와 똑같은 힘을 유지하며 길게 던지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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