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주목
황윤일 CJ제일제당 Bio사업부문장(왼쪽)과 천종식 천랩 대표이사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랩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뿐 아니라 신약, 헬스케어 분야 진출에 나선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 치료제, 화장품, 건강기능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를 접목 시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전망이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인간, 동·식물, 토양 등에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 집단을 의미한다. 이 미생물 집단에는 수많은 유전체 정보가 들어있어 '제2의 게놈(genome; 유전정보)'으로도 불린다.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간의 상호작용 및 기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유전체 분석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질환, 질병 및 다양한 분야의 주요 난제 해결을 가능하게 할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업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와 전략 수립에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811억달러(약 89조원)에서 연평균 7.6%로 성장해 오는 2023년 1087억달러(약 120조원)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레드바이오’ 재도전?

CJ그룹의 경우 신약개발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연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CJ제일제당이 지난달 바이오 벤처 천랩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협력을 통해 양사는 천랩이 독자 개발한 '정밀 분류 플랫폼'과 10여년 이상 구축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CJ제일제당 고유의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은행'으로 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신종 균주 발굴과 생물정보(BI)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황윤일 CJ제일제당 BIO사업부문장은 "제2의 게놈이라고도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받는 시대를 맞이해 생명공학기술 역량을 가진 CJ제일제당과 생명정보분야 전문회사 천랩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적극적인 기술 교류를 통해 협력해 나아간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한걸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CJ제일제당은 최근 제약, 바이오 의약품을 담당하는 레드바이오(의료·제약) 경력 사원 모집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CJ가 향후 제약 사업에 재진출하기 위한 기초 연구 인력 충원에 나선 것으로 봤다.

CJ그룹은 신약개발 재개 움직임 시선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CJ그룹은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35년간의 영위했던 제약사업을 정리함 셈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CJ그룹은 바이오 사업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있는 만큼 레드바이오 분야를 꾸준히 연구개발(R&D) 중인 그린바이오(농업·식품·자원) 및 화이트바이오(친환경)와 함께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콜마 제공

 

의약품·화장품·식품 등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확대

한국콜마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을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8월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 ‘바이옴 연구소’를 연데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유망 벤처들과 잇따라 물질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벤처인 MD헬스케어와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제품 개발의 효율성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도입한 물질은 MD헬스케어의 염증 및 호흡기질환 신약후보물질인 ‘MDH-001’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고바이오랩과 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도입한 마이크로바이옴 물질은 고바이오랩의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인 ‘KBL382’와 'KBL1027'이다. 한국콜마 바이옴 연구소는 이 물질을 활용해 아토피피부염,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신약을 개발한다.

아울러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바이옴 연구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등 인체 유래 물질을 발굴하고 한국콜마 내의 각 분야 연구소들과 융합 연구를 진행해 피부재생에 특화된 화장품이나 면역 중심의 건강기능식품, 장기적으로는 자가면역질환 및 호흡기 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김수진 한국콜마 바이옴 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시장”이라며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전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연구를 본격화해 신소재, 신기술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오른쪽)와 지근억 비피도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와 손잡고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사는 지난달 '헬스케어 균주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협약을 통해 롯데중앙연구소의 식물성 유산균 연구, 제품개발 역량과 비피도의 인체 유래 유산균(비피도박테리움) 연구, 제조기술 역량의 시너지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성 균주를 발굴하고 나아가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관성에 대한 공동 연구 및 제품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비피도와 협업 외에도 향후 건강 기능성 소재 및 제품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를 연계한 식단관리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등 개인맞춤형 영양관리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비피도와 협업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 제품 개발을 넘어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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